해남에 등록된 여행사 12곳 달해
설립 쉽고, 부실 막는 장치 부족

▲ 사고가 터진 여행사의 경우 현재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다.
▲ 사고가 터진 여행사의 경우 현재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다.

지난 19일 해남에서 여행사 운영자가 숨친채 발견됐고 고객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실한 여행업체에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부실 업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해남군 화원면 한 도로 옆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여행사 운영자 A 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메모를 미리 남긴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여행사 대표라고 새긴 명함을 가지고 패키지 여행상품을 판매했지만 해남군에 등록된 여행업 현황에는 대표자가 B 씨 이고 통장도 법인 것이 아닌 이전 대표의 통장을 가지고 고객들의 여행비 등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씨가 신용불량상태라 본인 명의로 여행업을 차릴 수 없자 친구인 B 씨에게 부탁해 명의를 빌려 여행업을 냈고 전 대표에게도 똑같이 부탁을 해 통장과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이 여행사는 하나투어 공식인증예약센터인양 계단이나 출입구 광고판에 하나투어라는 이름을 사용해왔지만 이미 2017년 계약이 해지돼 판매대행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그동안 고객에게 받은 선입금을 현지 호텔이나 투어 업체에 입금하지 않고 회사운영자금이나 개인 돈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계속 돌려막기를 해오다 이번에 일이 터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투어 여행상품으로만 다수의 예약건에 피해금액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다른 여행사까지 합치면 피해규모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등록상 대표가 따로 있고 통장도 법인 통장이 아니어서 앞으로 피해자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법적공방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행사 난립과 부실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남군에 따르면 현재 해남군에 여행업으로 등록된 업체는 12군데로 해남군의 인구를 감안하면 과잉포화상태이다.

이는 전국적인 상황으로 국내외 또는 내외국인 대상 등을 기준으로 3000만원에서 2억원까지다. 따라서 최소 3000만원의 자본금만 있고 신용상태에 문제가 없으면 관할 지자체에 신고만으로 여행사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 2016년 6월부터 관광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명목으로 자본금 등록기준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완화해 난립과 폐업,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본금도 신고 당시에만 통장에 금액이 찍혀있으면 되는 방식이어서 자기 돈이 없어도 대출을 받아 자본금을 채우고 설립 이후 자본금을 빼도 그만인 상황이다.

이와 함께 불미스러운 사고가 났을 경우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 당시 영업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가입기간이 지나면 갱신하도록 돼 있지만 매출규모가 작은 중소여행사는 대부분 보상한도가 2000만원~3000만원 수준에 불과한 상황으로 이번에 사고가 난 여행사도 한도가 2000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업 문턱이 낮아지며 여행사가 난립해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등록기준을 강화하는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며 "특히 고객들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남에 하나투어 공식인증예약센터가 한군데뿐이니 이를 확인하고 만약 이용하려는 여행사가 판매대행 대리점이라 할지라도 여행계약서와 보증보험 가입여부, 한도 금액 그리고 여행사 대표자가 누군지, 결제 계좌가 여행사 법인 계좌가 맞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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