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서로가 협력자인 한편 감시·견제가 필요한 관계다. 두 기관의 권한은 달라 지방의회는 조례제정권을, 지방자치단체장은 규칙제정권을 가지고 있다. 자치단체가 조례를 제·개정코자 하더라도 최종적인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지방의회가 통과시켜줘야 조례로서 효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최근 조례를 제·개정하거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군의회는 군에 과도한 압박을, 군은 군의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들이 많다. 이렇다보니 조례 제·개정을 위한 입법예고까지 해놓고 정작 수혜대상인 주민들에게 알리는 홍보와 입법예고 취지에 따른 의견수렴 등은 뒷전이 되고 있다.

조례(條例)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역의 여러 일을 처리하기 위해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지역의 사무에 관해 제정하는 법이다. 법률은 지역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반면 조례는 특정한 지역에 맞게 정해지기 때문에 그 지역, 그 지역주민들에게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출산장려금의 경우 해남은 첫째아 300만원, 둘째아 350만원, 셋째아 600만원, 넷째아 이상 720만원이 지급되지만 전남도내 타 시군은 적게는 20만원부터 많게는 2200만원까지 자치단체별로 차이를 보인다. 또한 태양광발전시설이 우후죽순 건립되자 당초 도로에서 100m이내 등으로 제한을 뒀던 것을 조례 개정을 통해 500m, 농어촌도로에 따른 면도로부터 200m로 강화하기도 했다.

이렇듯 조례에 담기는 문구에 따라 주민들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 조례를 제·개정하는데 있어 주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민선 7기 군정과 제8대 군의회 들어 조례를 제·개정하는 과정에서 두 기관의 보이지 않은 알력에, 주민들과는 소통이 아닌 불통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둘의 관계는 지난해 농민수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부터 불거졌다. 군은 집행기관으로서 농민수당 지급이라는 정책을 수립·실행코자 위원회 등을 통해 사업을 확정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사업방향 등을 주민들에게 알리고자 홍보에 들어갔지만 군의회는 의원간담회 등을 통해 의회에 먼저 알리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농민수당 지급을 위해서는 조례 제정과 예산이 필요한 만큼 이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군의회와의 원활한 관계가 중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농민수당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군의원들도 있었던 터라 좀 더 소통이 이뤄졌었다면 불협화음 없이 됐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군은 군의회의 압박 때문인지 해남군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해남사랑상품권 발행 및 운영조례안 등을 입법예고하고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까지 배포해놓고 군의회와의 관계(?)를 이유로 보도를 보류해 달라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사업의 방향을 세우거나 조례안에 대해 주민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것은 지방자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정부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주민이 법령과 조례·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신설될 예정이다.

군과 군의회는 모두 지역주민들을 위해 존재한다. 군에 주어진 집행기관으로서의 권한, 군의회에 주어진 입법기관으로서의 권한 모두 주민들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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