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솥밥을 같이 먹는 사람은 식구(食口)다. 밥을 같이 먹는 식구는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보다도 친밀한 사이다. 그 식구를 위한 소박하고 정갈한 상차림이 우리 전통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농사에 힘든 일을 도맡아 했던 소는 생구(生口)라 하여 한 집에 사는 가족으로 여겼다. 소가 힘든 일을 할 때는 소에게 특별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정월 대보름날에는 소에게 오곡밥을 먹이거나 겨울 추위가 심한 북쪽지방에선 외양간을 부엌에 두어 소를 소중하게 돌보았다.

트랙터, 경운기 등 각종 농기계에 밀려 영화 '워낭소리"에서 보듯 농부와 소의 동행은 이제 시골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소는 이제 육우와 착유우로 산업화되었다. 날로 규모가 커지는 축산업을 지탱하기 위해 사료곡물과 풀사료 수입에 막대한 비용을 치루고 있다. 방출되는 축산폐수와 분뇨처리 역시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오염물 처리 때문에 축산업 양적팽창에서 질적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제레미 리프킨이 쓴 '육식의 종말(영문 제목 Beyond Beef)은 미국의 과도한 육류소비 행태를 고발한 책이다. 사람이 먹을 식량을 소에게 먹임으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모순,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 전 세계 곡물의 3분의 1 이상이 사료로 들어가는 대신 8억명이 넘는 인구는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부족과 토양부식과 사막화 확산, 열대우림지 파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육식을 탐하는 인간욕망이 지구를 망치고 인간의 삶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미래학자나 환경운동가들에 의해서 공장식 사육 문제점과 발암물질 2A군으로 분류된 붉은 고기와 가공육 폐해가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면 소고기를 주 원료로 하는 육포는 아이들 간식거리나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육포는 검은색에 가깝지만 시중에 팔리는 육포는 대부분이 선홍색이다. 육포를 만들 때 첨가하는 아질산나트름 때문이다.

아질산나트륨이 산소와 소고기의 헤모글로빈 결합을 방지하여 붉은 색이 유지되도록 한다. 색깔이 원래 고기색깔 처럼 붉어야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고 검은색이면 질이 낮고 웬지 부패한 것 처럼 보여 소비자가 기피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아질산나트륨은 제품이 선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첨가물이지 사람 몸에는 백해무익한 첨가물이다. 아질산나트륨은 조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유발하고 당뇨, 치매발병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고품질 김과 전통방식으로 생산된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가 있지 않는 검은색 육포를 매칭한 마케팅 이라든지, 해남에서 특산물인 전복, 고구마를 활용해 가공,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실천력을 담보한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해남군이 대표축제로 먹거리 축제를 기획중이라고 한다. 먹거리 축제를 하려면 관광객이나 참여자를 식구로 생각하는 마음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먹거리를 활용하고 응용하려는 노력이 덧붙여진 '식구를 위한 축제'여야 한다.

진정성과 아이디어에 기반한 맛과 멋을 추구하는 축제가 기획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탐식, 폭식축제와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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