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물 민원이 한 집에서만 와요"

위 문장을 읽은 군민들이 어떤 느낌을 받는지 묻고 싶다. 이 문장이 맥락과 뉘앙스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설명으로 들릴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유독 그 곳만 민원이 발생한다는 하소연으로 들릴 수 있겠다. 그런데 이 문장이 당시 상황에 걸맞은 문장이었을까?

해남군은 상수도관을 설치한 지 40여년이 지나면서 주철관로 내부에 녹이 슬어 녹물이 발생하는 사례가 수차례 발생했다. 군에서도 녹물 사태는 큰 골칫덩어리였고 이를 해결하고자 환경부 주관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꾸준히 신청하면서 지난해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에 국비 165억원을 확보해 올해부터 4년간 사업비 331억을 투입해 해남읍, 황산면, 송지면, 문내면 4개 노후 상수관로 105km를 교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농어촌 생활용수 개발사업 국비 175억원도 확보해 지방상수도 미급수지역인 삼산면 일부와 화산면 전역에 지방상수도를 공급하게 된다.

때문에 삼산면 창리부터 구림리까지 지방상수도 신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오래된 관 속 녹물이 A 마을의 한 가정으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4살, 7살 어린 아이가 있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가정이었다. 몇 차례 녹물이 나온 이후 가정에서는 지난 8일 녹물이 나온다는 민원을 제기하며 조치를 요청했다. 그런데 군이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유독 그 가정에서만 민원이 생긴다는 투로 이야기해 가뜩이나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진상'이 된 듯한 불쾌함마저 느꼈다는 것.

한 쪽의 입장만을 다룰 수는 없기에 군 측에도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었고 공사에 대한 설명과 함께 녹물 민원이 한 가정에서만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녹물은 상수도관 노후화로 인해 발생하는 부분이고 군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비 확보는 물론 녹물 민원이 들어오면 직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물빼기 작업을 진행하는 등 고군분투 중이다. 직원들의 피로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곳이라도 녹물이 발생해 불편을 겪고 있다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A 마을은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30여 가구 중 10여가구만 상수도를 사용 중인데, 10곳 중 1곳만 녹물이 나온다고 해서 그 가정의 불편함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민의 입장에 서서 공감하고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진심을 전한다면 불편을 겪은 이들의 마음을 누그러트릴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는 '민원이 한 집에서도 나오지 않게 노력하겠다'는 말이 먼저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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