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밀산업 중장기 발전대책 발표
봄파종에 영향 미칠지 관심 커져

정부가 밀 수매비축제, 품질 제고, 수요확대 등이 담긴 밀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고과잉으로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밀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계약재배를 통해 해남에서 생산된 밀을 인수해가기로 한 업체가 재고과잉으로 판로가 마땅치 않자 인수를 포기하면서 계약재배가 진행되지 않아 밀 파종을 하지 않는 농가들이 봄파종 시기에 어떠한 작목을 선택할지도 관심사다.

정부가 발표한 밀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의 중요 골자는 품질 고급화와 수요확대이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밀은 쌀 다음으로 소비량이 높은 제2의 주식이지만 지난해말 기준 자급률은 1.7%에 불과하다. 밀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의 목표는 4년후에는 밀 자급률을 9.9%까지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생산과 유통단계에서의 품질제고, 수요기반 확대, 제도 개선 등이 추진된다.

큰 관심을 끄는 것은 35년만에 부활하는 밀 수매비축제이다. 정부는 올해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만톤에 해당하는 밀을 수매할 계획이다. 수매비축은 재고로 남아있는 2017년산 1만톤을 수매해 비축할 예정으로 1만톤은 2017년 생산량인 3만7000톤의 27%수준이다. 밀 수매는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용도별 고품질 밀을 수매하기 위해 수매품종 제한 및 품질등급별 차등가격을 두어 고품질 밀 생산을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품종개발, 보급종 공급확대, 생산 및 유통 품질관리 체계화, 인지도 제고, 시장차별화, 공공급식확대, 재해보험 확대, 밀산업육성법 제정, 거버넌스 운영 등을 통해서 2020년까지 자급률을 9.9%까지 올리고 생산량 및 재배면적도 늘려나간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해남의 경우 지난 2017년까지 8년간 해남에서 생산되는 밀을 인수해갔던 밀다원이 재고과잉으로 계약을 맺지 않자 지난 2017년 군에서는 남도그린과 지역농협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약 4500톤 가량을 수매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재고과잉과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남도그린이 해남산 밀의 인수를 포기하면서 밀 수매를 담당했던 지역농협들에게 재고로 남아있다.

지난해 밀 매입 가격은 40kg 포대당 4만2000원으로 계약재배한 물량은 전부 지역농협에서 매입해 농가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단, 지난해 이상저온 등 자연재해로 수확량이 적어 3030톤이 수매됐다. 수매당시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했지만 밀가격이 크게 떨어져 리스크를 안고서 재고를 처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밀을 사겠다는 곳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재고과잉과 수입산 밀과의 가격차이 등으로 판로확보가 원할지 못한 상황에서 농협에서도 자체적으로 계약재배를 할 수 없어 지난해 가을파종에서 밀 파종 면적 절반이 줄었다. 2018년산 밀 가을파종 면적은 691ha였던 것에 비해 지난해 가을파종 면적은 294ha로 절반이 넘는 면적이 감소했다. 파종된 면적은 땅끝황토친환경 등 친환경으로 재배되는 계약재배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파종시기에 비가 자주 내리는 등 기상악화가 지속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밀 재배농가들이 판로걱정에 파종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 농민은 "밀 계약재배가 이뤄지지 않아 밀 대신 다른 작목을 선택하거나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많다"며 "판로가 없으니 개인적으로 심기에는 부담이 되고 소득을 위해서라도 이모작을 해야 하는데 보리가격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밀 재배농가들이 밀 대신 선택하는 작목은 보리로 지난해보다 겉보리와 쌀보리의 가을파종량이 증가했다. 겉보리 파종량은 11ha에서 97ha, 쌀보리는 652ha에서 882ha로 증가했고 맥주보리는 2400ha에서 1954ha로 감소했다. 총 가을파종량은 줄어든 셈이지만 겉보리와 쌀보리의 파종면적이 크게 증가하면서 봄파종에서 밀 대신 보리를 심는 농가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어 농가들의 선택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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