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아오면 조직은 바쁘다. 보직이 개편되고,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살림살이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난관이 예상될수록 이를 극복해 나가려면 조직이 건강해야 한다.

지난해 마지막 날 국가조직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국회는 국민들 앞에 자신들 실력을 드러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해를 넘겨가면서까지 열렸던 국회 운영위원회는 왜 국회가 국가사회기관 신뢰도조사에서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적어도 한국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성숙하려면 '누가 옳은가' 를 따지는 단계에서 벗어나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바람직한 방향인가'를 논의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누가 옳은가'를 따지겠다는 자리를 마련했다면 철저한 사실파악과 자료준비를 통해 핵심부분을 짚어냈어야 할 일이었다.

조직이 건강하고 성장발전하려면 조직구성원이 한마음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야 한다. 같은 방향이란 장기적인 비전이나 목표이다.

마치 밤하늘 북극성처럼 장기적 비전이나 조직목표는 항상 그 자리에서 조직 방향이나 구성원 행동의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사실 북극성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 자전축이 원을 그리며 돌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자면 항상 같은 자리에 위치해 있는 것은 아니다. 2만5770년을 주기로 북극성은 계속 바뀌지만 우리 삶이 짧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항상 그 자리에 그별이 위치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직의 장기적 비전이 구축되려면 조직 구성원간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기 생각과 신념이 틀릴 수도 있다는 자각 속에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서로 토론과 논의를 통해 조직이 나아갈 방향에 합의하고 그것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 조직은 활동이나 구성원 행위에 일관성이 생기고 효율성이 높아진다. 비전의 유무, 일치정도가 처음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확대되면서 조직의 성과나 생산성으로 귀결되어 조직간 커다란 차이가 발생된다.

둘째는 동기화(動機化)이다. 조직 구성원은 모두가 꼭 같은 방향이 아니라도 합의된 조직의 비전과 방향에 대해서는 조직구성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과 같은 인식의 문제와 자기 생각만이 옳다는 확신은 동기화를 방해한다. 리더의 "나를 따르라"는 일방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는 조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반대로 하부조직원들이 비전에 공감하고 동의한 후 자기생각이나 의지가 담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슨 힘이 있나요. 위에서 하라고 시키니까 하지요"라는 소극적이고 마지못해 업무를 처리한다면 조직은 활성화되기 어렵다.

이런 조직원은 조직이 원활하게 잘 작동되고 있다면 자기가 처한 궁색한 처지가 모두 자기 책임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정적이어야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지는 심리구조이다. 조직구성원이 모든 것을 무의식적으로 내 책임이 아니라 조직이나 환경 탓으로 돌리고 있지 않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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