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해남 어느 빈 집 지나가다가
아직 쌀쌀한 가지 끝
매화 서너 점 먼저 볼가져 나와
뒷짐 지고 어이없이 보는디

찬 손끝으로 단추 달아주셨구나
어머니, 어머니
당신 어금니로 실 끊어주시는 듯

하늘 어디선가 그 훈김,
이 나이에 훅 끼쳐오는가 싶더니만

이리 온나, 하시며
끊긴 실, 다시 감아 훔친 매듭들
아직도 그리움 같은 게 있능가, 움들이
가지가지에 막 틀락말락 허는디

따스해라, 당신 입내 간지러운 꽃 몇 점으로
이승의 섶 여며주신
이 공기-옷 말예요.

황 지 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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