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선택 못한 학생들 1년간 진학
공동체 의식 키우며 배려도 배워

▲ 덴마크 애프터스쿨은 고등학교 진학 전 진로를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양한 특기수업을 받으며 스스로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숙학교다. 196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쿨에 진학한 학생들은 승마, 요리 등을 배우며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있다.
▲ 덴마크 애프터스쿨은 고등학교 진학 전 진로를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양한 특기수업을 받으며 스스로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숙학교다. 196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쿨에 진학한 학생들은 승마, 요리 등을 배우며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있다.
▲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쿨에 진학한 마리아·에스다·클라라 양과 크리스천 교감이 애프터스쿨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쿨에 진학한 마리아·에스다·클라라 양과 크리스천 교감이 애프터스쿨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편집자주> 학생들의 꿈을 찾고 끼를 키워주기 위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덴마크의 애프터스쿨 등을 기초로 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지난 10월 21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도시양극화 문제해소를 위한 공동체회복'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덴마크 애프터스쿨을 취재했다.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또는 두 학기 동안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자유학기제. 우리나라 자유학기제는 덴마크의 애프터스쿨 등을 모델로 하고 있다.

덴마크는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친 기초공립학교를 의무교육으로 9년간 다닌다. 졸업 후 고등학교나 직업학교로 진학하기 전 학생들은 10학년을 선택할 수 있다. 10학년은 앞으로 받을 교육을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으로 이 시기에 희망하는 학생들은 애프터스쿨을 선택할 수 있다.

애프터스쿨은 여유 있는 시간을 갖고 진로탐색을 원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음악·체육 등 특정 영역에 능력을 보이는 학생들이 선택하고 있다. 덴마크 학생 중 약 30% 정도가 애프터스쿨에 진학하고 있다고 한다.

애프터스쿨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 자신의 흥미와 관심꺼리를 찾고 특히 기숙학교로 운영되다보니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통해 공동체 생활을 배운다. 덴마크의 애프터스쿨은 교육과 진로를 보충해 주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적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덴마크에는 254곳의 애프터스쿨이 있으며 취재진은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쿨(Baunehoej Efferstole)'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1년간 공동생활을 하며 자신의 적성을 찾고 있다. 마리아(15) 양은 "엄마 없이 1년 동안 생활하면 성숙해 질 수 있고 공동체 생활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배우면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애프터스쿨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쿨은 덴마크어와 영어, 수학, 철학이 필수과목이다. 또한 독일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 한 과목을 선택해 배운다. 특기수업으로는 목공, 승마, 요리, 디자인, 음악, 작가, 체육 등이 있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서 듣는다. 특히 이곳은 '땅에서부터 식탁까지'라는 과목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학생들이 학교농장에서 직접 토마토와 완두콩, 사과 등 채소와 과일을 키우고 이 유기농 농작물로 요리를 해 함께 나눠먹는 수업이다.

모든 교육과정에서 토론은 기본이다. 필수과목은 성적으로 구분 짓지 않지만 다른 과목들은 낙제부터 통과 등 7단계로 나눠 수행평가를 실시한다. 평가는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닌 학생의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뒤처짐을 예방하고자 실시된다.

이곳에서는 반드시 아침 조회에 참석하도록 하고 있다. 조회시간에는 학생들이 매일 돌아가면서 자신에 관한 이야기,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 이곳에서의 생활 등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다고 한다. 기숙학교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비롯해 아침조회, 땅에서부터 식탁까지 등은 협동심을 키우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학생 기쁨 찾도록 하는 것이 교육
사회성 성장하고 자존감도 커져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쿨 크리스천(Kristian) 교감은 "100여명의 학생들은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에 왔다. 이런 상황에서 1년간 부모 없이 협동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 학생들이 협동을 하지 않으면 학교를 운영해나가는데 어려움이 많다. 친구를 도우며 성장하는 공동체 의식은 사회에 나갔을 때까지 계속해 이어진다"고 말했다.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쿨은 '내가 무엇이 될까'를 고민하도록 한다. 학생들이 자아를 먼저 발견하고 자신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분야를 찾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이 기쁨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애프터스쿨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교육이다.

크리스천 교감은 "요리나 음악 등 특기과목을 선택한 아이들이 꼭 요리사나 음악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수업들은 필수과목에 미달된 아이들의 점수를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안되는 것은 계속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 흥미를 심어주고 창의성을 키워 다른 곳으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선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곳의 철학이다"고 말했다.

음악을 선택한 클라라(16) 양은 "나 자신을 남 앞에서 꾸밈없이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이 애프터스쿨에 온 뒤 가장 큰 변화다"며 "자존감도 많이 커지고 친구들과 사귀는 방법도 알게 돼 친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음악을 선택한 마리아(15) 양은 "부모님을 만나면 얼굴이 환해졌고 에너지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예전에는 귀찮아 하기 싫어했던 일들도 지금은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목공을 선택한 에스다(16) 양은 "사회성이 성장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며 "부모님도 친구가 많아졌다며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크리스천 교감은 "교육자는 마음 없이 지식으로만 절대 가르쳐서는 안된다"며 "학생과 교사는 동등한 입장에서 가르친다"고 말했다.

교육비는 5만크로네(800여만원)다. 여기에는 1년간 식비를 포함한 수험료 등 모든 비용이 포함돼 있다. 덴마크 물가 대비 비싼 편은 아니며 교육비가 없을 경우 정부에서 지원해준다.

애프터스쿨을 다니게 되면 다른 학생들보다 고등학교 졸업이 1년 늦어지지만 적성을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다른 학생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도록 하는 것이 덴마크 교육의 철학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