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숙(시인, 삼산면 향우)

 
 

작은 자

봄여름 가을 가고
겨울 깊어 갈 때
석양의 눈밭을 걷는
나는 참 작습니다

저 산이 푸르르며
저 나무들 꽃 만개한 후
나비 떼 훨훨 날아들고
녹음 우거질 때
내 꿈도 한없이 크고 푸르렀지요

맑고 높은 하늘 아래
저 산이 울긋불긋 물들 때
열매 알알이 영글고
내 꿈도 무르익어 향긋했지요

봄여름 가을 지나
한 겨울 집으로 가는 길
어스름 눈길을 걷는
나는 한없이 작습니다.

 

진주

피부가 까만
소녀가 웃고 있다.
유니세프 보고서 표지에서

책상 앞에 세워 둔
그 사진 속에서

어느 날부터
메마른 삶으로
오아시스가 흐르고
소녀는 보석으로 빛났다.

오아시스와 보석
블랙 진주가 탄생되고
탄생되고
사진을 볼 때마다
웃음은 샘물이 되어 나오고

생명의 기쁨은
태양이 낳은 보석으로
빛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