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지난달 기준 6519명이다. 지난 2017년 기준 해남군 인구수가 7만6509명이니 전체 군민의 약 8.5%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다. 대부분 장애인종합복지관이나 각 장애종류별 협회에 방문하는 정도이고, 거동이 어렵거나 면 지역에 사는 경우 도와줄 이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집 위주의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는 더욱 암담하다. 특히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경증 장애인들에 비해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장애인 채용이 의무적으로 정해져 있는 기관 등을 제외하면 해남 내에서 장애인을 채용할 수 있을 만한 여력이 되는 사업장을 찾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장애인 가구의 경제적 자립은 단순히 이들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해남군은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신축사업을 신청, 지난 2015년 최종 선정돼 지난해 9월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장애인을 채용해 직업재활훈련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보호 환경에서 일하며 급여·훈련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계곡농협을 통해 구매한 계곡 콩으로 만든 HACCP 인증 '둔주포 두부' 생산과 친환경 콩나물 생산, 임가공사업, 경로당정부양곡배달사업 등을 펼치고 있으며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후원을 받기도 한다. 농업회사법인 해남버섯과 (주)동원P&P에서는 장애인 일자리 확대에 보탬이 되고자 꾸준히 작업을 맡기고 있고, 여기에 ㈜동원P&P는 매달 정기적으로 10만원씩 후원금도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훈련장애인은 월 5~15만원을, 근로장애인은 월 20~30만원을 받는다. 인건비를 전액 보조받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낸 비용으로 수당과 급여를 받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가 근로 시간인데 사실상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인데다 이마저도 일거리가 부족하면 근로시간을 모두 채울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해남지역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유일하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판매처를 늘려 장애인들을 위한 수익을 내고자 군내 마트 납품 이외에도 찾아가는 장터를 운영하고, 생활문화장터 모실장에서도 판매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상생'은 군민들의 '관심'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오늘은 해남지역 장애인들이 열심히 만든 둔주포 두부를 구입해 맛있는 식사 반찬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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