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향과'로 학명이 Poncirus trifoliata인 탱자나무는 귤씨가 변한 것이 아니라 당당히 자신의 특징과 매력을 가진 낙엽소교목이다. 가수 김흥국이 부른 호랑나비의 먹이식물이기도 하다.

탱자는 유자와 귤에 비교되어 항상 평가절하 당했다. 이는 중국의 귤화위지(橘化爲枳)란 고사의 영향이기도 하다.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초나라 영왕이 제나라의 도둑을 잡아놓고 "제나라 사람들은 도둑질하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안영은 "귤나무는 회수(淮水, 화이허강) 남쪽에서 자라면 귤이 열리지만 회수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고 합니다. 저 사람도 초나라에 살았기 때문에 도둑이 됐을 것입니다"라고 응수한데서 유래한 고사성어이다.

탱자는 어느 측면에서는 유자보다 더 약효가 있다. 동의보감에 "덜 익은 탱자를 얇게 썰어 말린 지실은 심한 피부가려움증을 낫게 하고 복부팽만을 일으키는 창만과 오랜 식체를 삭히는데 좋다"고 쓰여 있다. 아토피를 치료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현대에 재조명될 만하다.

탱자나무의 꽃말인 '방어'에 걸맞게 긴 가시가 있어 생울타리로 제격이다. 옛날 귀양 온 사람을 외부와 격리하기 위해 울타리용으로 심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서는 '광철네 감나무밭' 주변에 탱자나무를 심어 울타리로 썼다. 민속에서는 저승사자의 출입과 액운을 막기 위해 심기도 했다고 한다.

탱자는 꺾꽂이를 하기도 하지만 대개 땅에 떨어진 씨에서 새싹이 나와 땅에 뿌리를 내린다. 그 탱자묘목을 캐와 집주변에 심었다. 탱자나무의 긴 가시는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아 솥에서 삶아 알맹이를 꺼내 먹을 때, 바닷가에서 고동을 잡아 속을 빼먹을 때 아주 쓸모가 있었다. 목질이 단단해 짜구(자귀) 자리나 도끼자루로도 많이 썼다.

시골 새밖에 탱자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고향 내려갈 때마다 잘라줬더니 멋진 토피아리가 되었다. 탱자나무는 방어라는 꽃말 외에도 추억, 복종, 순정이라는 낭만적인 뜻도 있다.

이제 탱자의 명예회복은 충분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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