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수능이 지난주 15일 끝났다. 그동안 단 하루의 시험을 위해 오랜 나날을 준비해온 수험생들은 이제 대학별 후속 대입전형을 준비 중이다. 수시에 지원했다면 논술고사, 적성고사, 면접 등을 준비해야 하고 정시를 고려하는 학생들은 수능 성적과 대학교 성적 커트라인을 두고 지원 전략을 세워 눈치싸움을 할 시기다. 수능은 끝났어도 대학 입학이 결정되지 않은 수험생들은 마음 한 구석에 큰 중압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지난 2007년 해남고에서 수능을 치렀다.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혹시나 소지해서는 안 될 물품이 가방에 들어있지는 않은지 수차례 확인한 뒤 수험장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마다 해방감과 허무함이 뚝뚝 묻어나던 기억이 선명하다.

수능 전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사일정 중 쉬는 시간에도 문제집을 들여다보며 늦은 시간까지 공부에 매진하지만, 수능을 치르고 나면 이전에 없던 자유롭고 들뜬 분위기가 교실을 감싼다.

이 시기는 해방감과 자유, 성적에 따라 환희와 낙담이 오가기도 하는 '혼돈'의 시기다. 그와 동시에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갔을 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성찰'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동안에는 수험생들이 수능에 맞춰 정해진 학사일정과 커리큘럼을 따라가야만 하는 삶을 살았다면, 대학 혹은 사회로 진출했을 때에는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게 된다. 필자는 2008년 신입생 당시 고등학생 때 습관이 남아 오전 시간대에 모든 학점을 몰아 연속 수강으로 시간표를 구성했는데, 첫 수업 후 날이 밝은 오후에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신기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순간에 '자유'의 공간으로 내몰리니 처음 몇 달간은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자유를 만끽해봤지만 점점 주변의 친구들을 보며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늘어갔다.

그렇기에 지금의 수험생들이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을 무엇보다 추천한다. 해야 하는 일이 꼭 공부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고등학생 시절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회보다 '실제 사회'는 더 많은 직업과 경험들이 넘쳐나는 곳이기 때문에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라는 타이틀로 어떤 경험들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고 조언을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른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험생들이 보다 다양한 방향의 길을 걸어볼 수 있도록 지켜보고 조언해줘야 한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학교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새로운 시각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의 인생은 수능보다 어렵고, 복잡하고,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부디 수능이라는 발돋움이 수험생들에게 멋진 점프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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