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주일(북일중앙교회 목사)

 
 

11월 초 교회 담장 밖에 심어놓은 감나무에서 대봉 감을 50여개 땄습니다. 누구도 손길을 주지 않았는데 감나무가 때를 따라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익어가는 모양이 정말 풍성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감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기쁨과 감을 따서 바구니에 담으면서 느끼는 감동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이요, 행복이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감나무처럼 그 자체로 고귀하고 아름답고 위대합니다. 시와 때를 따라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며 조화를 이루고 상생하는 모습은 거룩함 그 자체입니다. 자연은 그렇게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어떨까요?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는 말을 곱씹게 하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연일 터지는 것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적 존재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누구나 예외일 수 없습니다. 크거나 작거나, 많거나 적거나, 경증이거나 중증이거나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을 가지고 먼저 자신을 들여다봅시다.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점검해 봅시다. 더 나아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문제, 사회문제임을 인식하고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 다방면의 노력을 합시다.

사람이 건강해야 합니다. 건강한 인간이 건강한 관계를 바탕으로 건강한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이루게 될 때,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건강한 인간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먼저 인간은 연약함·부족함·한계·문제를 가진 존재임을 인식하고 건강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노력의 하나는 건강한 자존감을 갖는 것입니다. 자존감은 인간을 건강한 존재가 되게 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게 하는 중요한 마음이고 능력입니다.

자존감을 자기존중감이라고도 합니다. 자기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고 존중하고 대하는 마음입니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같은 의미를 가진 용어입니다.

그런데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타인이 자신의 부정적인 어떤 것(상처·약점·부족함….)을 건들면 그것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출함으로 분노하고 공격하여 관계가 깨지고 또 다른 상처를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자존심보다 자존감이라는 말을 사용하겠습니다.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됩시다.

첫째,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환경과 조건에 의하여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과 처지, 형편에서도 변함없이 자기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흔들림 없이 생활하는 내·외적인 힘을 사용합니다. 둘째,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타인 때문에 좌절하거나 우쭐해 하지 않습니다. 타인을 한 인격체로, 소중한 존재로 대합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관계를 맺고 더불어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서 노력하며 동반자의 관계를 유지합니다.

셋째,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문제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위기나 시련의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줄 압니다. 넷째, 자신의 성장과 성숙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합니다. 자신 안에 있는 부정적인 것(약점·단점)들을 인정하고 그것들을 성장의 도구로 삼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기에 노력한 결과에 대해서 순응하고 만족하며 긍정적인 생활을 합니다.

이런 사람, 이런 인생을 사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요? 건강한 사람, 따뜻한 세상, 행복한 미래를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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