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시인)

 
 

지역의 인구 늘리기는 절벽에 부딪혔고, 방문인구라도 늘리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서 관광산업을 이야기한다. 해남이 가진 자연자원, 문화자원이 부족하지 않기에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눈앞의 수익만 쫓아가는 단견으로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뿐이다. 일회적 이벤트 식으론 관광인구가 늘어난다 해도 득을 볼 사람은 음식점과 숙박업 종사자 일부, 그것도 일시적으로 몰리고 끝난다. 오히려 숙식업과 무관한 이들에겐 관광객들의 쓰레기나 처리해야 하고 길이나 막히는 고생을 감수할 뿐인 경우도 많다.

일회적 행사로 우르르 몰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이벤트식 관광 말고, 꾸준하게 사람들이 분산적으로 방문자가 늘어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지역민들의 편의와 이익도 가능해진다. 각설이 타령이나 벌여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태반 외지인, 노점상에게 일부 숙식업자에게만 들어간다.

스토리만 잘 만들면 사람들이 모여들 거라는 생각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너무 쉽게 바닥을 드러낸다. 잠깐 성공한다고 해도 짧은 시간 내에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고 만다. 문화상품, 관광상품을 이야기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조건, 깊이 있는 연구로 사실 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랬다더라!' 식의 소문같은 이야기에 사람들은 잘 몰리지 않는다. 사실이 빈약하면 거기서 파생되어 나올 수 있는 스토리도 흔들리고, 관광상품으로 관련을 이어갈 소재도 빈약할 수밖에 없다.

고산이나 공재는 해남윤씨 가문의 훌륭한 인물이다. 녹우당은 고산이 한글로 시를 써 우리 문학사에서 일 대 기점의 위상을 갖는 곳이다. 공재가 풍속화를 발화시킨 시작점이고, 3대의 화업을 이어간 곳이다. 좋은 의도로 이를 살리기 위한 문화제가 특별한 내용을 갖추거나 사람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은 그에 대한 연구가 아직은 빈약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녹우당에 전시된 그 많은 서적과 유물들을 사람들은 그냥 스치고 지나간다. 녹우당에 남아있는 다양한 문서들의 번역과 연구가 중요하고 그림 한 점 한 점에 대한 이야기와 가치, 역사적 의의들까지 밝히는 일, 그게 연구되고 번역되지 않으니 이야기가 풍성하게 나올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다. 고산에 가려져 별로 관심 받지 못한 조선 중기의 시인 석천 임억령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그의 생애, 그가 이룬 학맥, 그가 이룬 서정도 충분하게 사람을 끌어들일 만하다.

다크투어가 더 오래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라는 관점도 중요하다. 이제 진실을 자유롭게 말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평화가 정착한 것도 아니고 통일을 말하는 건 섣부르지만 좌우에 상관없이 말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세상은 되었다. 눌려 숨겨지고 말해지지 못한 이야기까지 다 살려놓아야 한다. 수백명이 학살된 보도연맹 갈매기섬의 비극, 나주부대의 학살, 옥매광산의 징용과 비극도 연구자들의 보다 깊은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관련 생존자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구술 채록이라도 제대로 해놓아야 한다.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나아가지 않으면 관광산업은 호들갑과 관련공무원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일 외에 남을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선출직 단체장들이 성급하게 성과를 거두는 것에만 관심을 쏟는 구조에선 어려운 일이지만 아무리 바쁘고 급해도 바늘 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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