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등 입학 80대 할머니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실천

▲ 용전분교장 이병옥 교장이 내년 신입생으로 입학할 마정순 할머니를 소개하고 있다.
▲ 용전분교장 이병옥 교장이 내년 신입생으로 입학할 마정순 할머니를 소개하고 있다.

더 늙기 전에 글자를 익히고 공부를 하고 싶다는 신념으로 80대 할머니가 내년에 초등학교 신입생 입학을 앞두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올해 86살인 마정순 할머니는 내년 3월 마산초등학교 용전분교장에 신입생으로 입학할 예정이다. 학교 측과 자녀들에게 학교에 다니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교장과 교사들이 직접 찾아와 의사소통이나 건강상태, 의지 등을 확인하는 일종의 면접까지 거쳐 입학이 사실상 확정됐다.

강진이 고향인 마 할머니는 3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나 동생들 뒷바라지는 물론 여자라는 이유로 초등학교 문턱도 넘지 못했으며 18살 때 해남으로 시집을 온 뒤 슬하에 3남 2녀를 두며 농사 짓고 장사를 하고 자식들 키우느라 정작 본인은 배움의 기회를 잃고 살았다.

결혼 후에도 마을 인근에서 진행되던 야학이나 학교에 보내달라고 남편에게 말을 해보기도 했지만 제대로 뜻을 펼치지 못했다.

남편과 사별 후 학교 인근에서 솔등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마 할머니는 지난 6월 서울에서 치러진 손자 결혼식에서 겪은 일 때문에 학교에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굳히게 됐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해남터미널에서 서울 가는 표를 끊었지만 글자를 모르다보니 막 들어온 버스가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옆사람에게 물었는데, 서울가는게 맞다라고 잘못 알려주면서 광주로 가게됐다. 다행히 결혼식 시간이 남아 광주에서 다시 서울로 이동하며 간신히 참석할 수 있었지만 손자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까 애태웠던 그 때 상황이 학교에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마정순 할머니는 "더 늙기 전에 내 눈으로 글자를 보고 버스는 탈 수 있어야제 하는 생각에 학교에 다닐 생각을 굳혔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잘 다니고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태어나게 될 증손자에게 졸업장을 안겨 주고 싶네"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최근 귀향한 장남도 어머니 뜻을 존중해 적극 지지를 보내며 앞으로 어머니를 학교와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모시고 오는 이른바 학부형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마 할머니는 지난 3일 마산초등학교 용전분교장에서 열린 새날 축제에 참석해 학생과 학부모, 마을주민들에게 입학 의사를 밝히며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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