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이 아마도 "공부해라", "공부해서 남주냐"라는 말 아닐까? 단 하루의 시험으로 12년 교육 결실을 수확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공부(工夫)다. '공부'라는 단어가 중국어에서 시간이나 틈을 의미하고 일본어에서는 궁리를 하고 생각을 짜낸다는 의미로 쓰인다.

중국어에서 '공부하다'는 의미는 학습(學習)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일본에서는 힘써 노력한다는 의미인 한자어 면강(勉强)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영어의 '공부하다' 라는 단어 Study는 라틴어 '스투데레(studere)'유래되었다. 스투데레는 헌신하다, 노력하다, 지탱하다, 공부하다, 연구하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공부란 공자가 논어 첫머리에서 말했듯이 "배우고 때맞춰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學而時習之 不亦悅乎)" 힘써 배우고(學), 익히는(習) 것이다.

머리로 배우고 마음 속의 열정과 신념으로 익혀 손과 발이 행동하도록 할 때 공부란 완성된다. 그런데 머리에서 가슴을 지나 손과 발에 이르는 것, 즉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길인가. 한훤당 김굉필은 한빙계(寒氷戒)에서 "날마다 새로워지는 공부를 하라(日新工夫) 책을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도록 하라(讀書窮理)"고 말하고 있다.

둘째, 공부와 배움에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끈기, 노력이 중요하다. 중국격언에 "공부란 강을 거슬러 배를 저어가는 것과 같아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다(學習像逆水行舟不進則退)"며 꾸준함을 강조한다. 30여년전 일본연수센터 일본어선생님이 외국어를 잘하려면 일본어로 발음이 끼로 끝나는 4끼(き), 즉 하고자하는 의욕(やる氣)과 용기(勇氣), 암기(暗記), 근기(根氣)가 있어야 한다고 한말이 기억난다. 근기는 끈기·인내력·지구력을 말한다.

셋째, 공부는 자기를 위해서 하지만 상급 공부는 남 주기 위해서 하는 공부가 제일이다. 냉혹한 현실과 경쟁에서 이기고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서로 돕고 살아가기 위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지만 공부의 목표가 지식을 축적하고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평가받고 승자가 성공이라는 열매를 독식하는 구조 속에서 공부는 성공의 수단으로 자리매김 한 지 오래다. 그 결과 낙오되는 것은 잘못된 사회구조는 제쳐두고 오로지 자기책임으로 귀결된다. 설령 자기가 그 대열에서 벗어나더라도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안기 보다는 대놓고 차별하거나 차별하는 사회구조를 묵인하게 된다. 참된 공부는 자기내면을 성찰케 하고 자유를 허락한다. 샘에서 물이 솟아나듯 부조리한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대항하며 헤쳐나갈 힘을 길러준다.

공부란 수능시험이나 자격시험을 치루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마음이(탐욕의)잡초로 덮여 세상보는 눈이 어둡게 된다.(但不學之人, 心地茅塞, 識見茫昧)"

<율곡이이 격몽요결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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