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채(시인)

 
 

가을이 자리를 펴고
파아란 하늘을 초대하면
고추잠자리가 먼저 와
쪼르르 인사하고 사라집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이 막혔던 폭염의 무더위도
님의 끈질긴 추격과 함성에
결국 두 손 들어 항복하고
조용히 길을 내 주었습니다.

구절초의 짙은 향기에 취해
가을이 파란 하늘과 바람을 흔드는데
고통, 갈등, 불안은
모두 나를 찾기까지의 과정
가슴 속에 피는 내 향기로운 가을꽃입니다.

이제 새벽녘 몰래 내린 이슬 따라
소롯이 묻어 온 싱그러운 가을바람
아름다운 코스모스 길 따라
내 황혼의 가을도 함께 동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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