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들어 아침저녁과 한낮의 기온차가 심해지면서 주위에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감기에 걸리면 증상이 명백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거나 병원을 찾거나 약을 복용하는 등 즉각적인 치료를 한다.

그런데 무기력하고 숨이 가빠오며 머리가 띵하고, 소화가 안되거나 전신이 쑤시고, 메스껍고 귀의 이명현상 등 신체증상 때문에 직장이나 학업·가사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늘고 있다. 처음에는 이리저리 참아보지만 계속되는 고통과 자신이 느끼는 심각한 자각증상 때문에 이러다 큰일 나는 게 아닌가 싶어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녀보고 혈액검사에 CT촬영을 해보아도 신체적으로는 이상 없다는 소견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을 정신장애진단편람에서 '신체화장애 및 관련증후군' 으로 구분한다. 마음 속 불만이나 갈등이 해소되지 못해 이것이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프로이드는 의학적·생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억상실이나 신체장애인 히스테리가 자신의 욕망이나 감정을 억압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그의 환자 중 엘리자베스 라는 여성은 허벅지의 심한 통증을 호소했는데 그것이 형부와 산책 후에 더욱 심해졌다. 그녀는 형부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있었으나 가족 간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는 언니 간병을 하고 있었는데 언니가 병으로 죽자 언니의 장례식에서 '형부는 이제 자유로운 몸이고 나와 결혼 할 수 있을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사회도덕이나 통념상 받아들여 질 수 없음을 깨닫고 그 생각을 억압했다.

프로이드는 정신분석을 통해 그녀의 증상이 억압된 감정에 기인하고 있음을 밝혀내고 자신의 감정을 의식적으로 자각하고 이를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그녀의 아픈 증상을 해소시켰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속담도 사촌이 땅을 샀으니 기뻐하고 축하해주어야 마땅한데 마음 속에서는 질투와 시기심이 올라오고, 이 두 감정의 충돌이 신체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리라.

월요일만 되면 머리와 배가 아파오는 초등학생은 무언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일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아파야 학교에 안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이 어딘가 아프며 이상이 있다면 원인이 마음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내 마음 속에 쌓여 있는 억압된 감정이나 무엇인가를 잘 살펴보고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처럼 체면이나 남의 시선을 중시하고, 자신의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하지 못하는 문화에서는 발생 빈도가 더욱 높게 나타난다. 사회변동이 급격하고 경제상황이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고, 생존을 위해 열심히 경쟁하지만 경쟁을 하면 할수록 삶이 팍팍해지고 오히려 생존이 더욱 위험해지는 악순환에 처해있다.

요즘 같이 햇볕 좋은 가을날에는 점심시간 때만이라도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주름살이 펴지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진다.

'마음건강'을 잘 챙기는 것이야 말로 행복한 삶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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