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래나무꽃.
▲ 다래나무꽃.

해남사람들은 '물감자'라 한다. 해남 표준어로 고구마를 '감지', 감자를 '북감자'라 부른다. 물감자의 어원은 도대체 뭘까?

첫째는 아주 달고 물렁한 고구마가 생산되어 물감지(물고구마)라 불렀을 수 있다. 둘째는 북쪽 추운지방에서 잘 자라는 감자를 따뜻한 해남에 심으면 포글포글한 맛이 없어지고 물렁해져 물감자라 했다고 추측된다.

나는 물감지, 즉 '물고구마'가 맞는다고 본다. 해남 사람들은 경상도 사투리 비슷한 말투와 선한 눈빛, 여린 가슴…. 여러 가지로 물감자라 불릴만하다. 물론 나쁜 놈들도 있다.

해남이 양다래로 유명했음을 아는가? 고등학교 다닐 때 쯤 양다래 작목반이 만들어지고 엄청난 양다래를 밭에 심었다. 유통법인도 생겨나고 꿈에 부풀었던 작은집 형은 결국 양다래를 다 베어내고 제주로 건너가 얼마 후 돌아가셨다. 자세한 속내는 잘 모른다. 양다래는 그런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내게 남아있다.

다래나무는 우리 동네 뒷산 비네바꾸에는 자생하지 않고 달마산에 가야 만날 수 있었다. 실제로 다래열매를 먹어 본 경험은 대학 때 환경영향평가 식물분류를 2년 동안 하면서 경기도 어디쯤 산에서이다. 인기 있는 열매라 익기도 전에 모두 따가 보기 힘든 열매를 깊은 산에서 만났다. 잘 익은 열매를 교수님 몰래 실컷 먹고 일했다. 다래나무과의 다래나무(Actinidia Arguta)는 낙엽활엽덩굴성 식물로 우리나라 전역의 야생에서 잘 자란다. 암수딴그루로 꽃은 5월에 잎 달린 자리에 연한 갈색빛이 도는 흰색으로 핀다. 열매는 10월경에 노란 갈색으로 달린다.

키위 또는 양다래라 불리는 참다래(Actinidia Decliciosa)는 연평균기온이 15℃ 정도인 남해안이나 제주가 재배적지이다. 5월에 꽃이 피고 10월 하순~11월 중순에 열매를 수확한다. 다래보다 훨씬 크고 열매에 갈색털이 많다.

작은집 형이 돌아가시기 전 덕장을 만들어 양다래를 정성껏 올려 첫 수확된 다래 몇 개를 따주시면서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4~5년 후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 얄리 얄랑성 얄라리 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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