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청년의 힘으로 만드는 활기찬 지역사회
6. 불편함 속에서 찾는 다양성, 청년들의 도전 '너멍굴영화제'산기슭에서 열리는 영화제
불편함에도 큰 호응 받아
육형주 기자  |  six@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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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9  21: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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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기슭에 스크린이 세워지고 사람들이 모여 앉으니 영화관이 되었다. 자연 속으로 불편함을 찾아온 방문객들은 영화제에서 다양한 삶을 느끼며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 너멍굴영화제를 준비한 너멍꾼들.
   
▲ 영화제를 위해 직접 만든 화장실.

| 싣는 순서|

1. 청춘이 빛나는 공간, 동네줌인
2.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청년들, 꿈틀
3. 폐가에서 지역명소로, 방랑싸롱
4. 청년들의 소통의 장, 우깨
5. 평범한 청춘의 평범하지 않은 행보, 청춘연구소
6. 불편하지만 청년들의 도전 빛난 너멍굴영화제
7. 해남의 청년 문화 어떤 걸 준비해야하나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외율마을의 산기슭,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곳에 야외극장이 들어서고 자유롭게 삼삼오오 앉아 영화를 감상한다. 멀티플렉스 등 시설 좋은 영화관이 주변에 있지만 불편한점이 더 많은 산기슭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불편한 영화제를 표방하는 너멍굴영화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2회를 맞았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방문객이 두 배가 늘었다. 영화제를 만든 것은 완주로 귀농·귀촌한 청년들로 재미있으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것에서 시작됐다.

인천이 고향이면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만 생활했던 윤은지(30) 씨는 지난 2016년 완주로 귀농한 대학동기 진남현 씨를 만나러 가끔 완주를 찾았다. 윤 씨는 지난해 취업을 위해 여느 취준생처럼 스펙을 쌓고 이력서, 자소서 등을 작성하고 각종 회사에 지원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다 진 씨가 그렇게 힘들어하지 말고 완주로 와서 살라는 권유에 지난해 3월 완주로 귀촌했다.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윤 씨는 진 씨, 영화감독을 꿈꾸는 후배 허건 씨 등과 이야기를 나누다 영화를 찍어도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허 씨의 말에 그러면 우리가 영화제를 만들어보자는 무모하지만 패기 넘치는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윤 씨는 집행위원장, 진 씨는 조직위원장, 허 씨는 프로그래머로 역할을 나누고 진 씨가 농사를 위해 구입한 외율마을의 산기슭인 너멍굴을 영화제 장소로, 허 씨는 영화를 섭외하고 실무는 윤 씨가 맡았다. 각자 100만원씩 300만원 내외의 예산을 들여서 할 계획이었다.

당시 윤 씨는 완주지역의 미디어공동체 완두콩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어 영화제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완주군청에서도 관심을 가지면서 장비렌탈의 비용을 지원받게 됐다. 거창한 영화제가 아닌 불편함 속에서 관객들과 이야기 나누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일깨울 수 있는 영화제를 표방했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냈다.

첫 번째 영화제는 지난해 9월 1일 열렸다. 팝콘에 콜라, 푹신한 의자 등은 없지만 자연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앉아 영화를 보며 밤을 지새울 수 있는 영화제가 열렸다. 1박 2일간의 영화제에 상연된 영화는 3편으로 청년감독들의 신선한 독립영화가 상영됐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는 감독과 관객들의 대화시간도 이어졌다. 영화제에 온 방문객만 100여명, 생각한 것보다 큰 관심을 받았다.

윤 집행위원장은 "친구들과 재미난 것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며 "편한 것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불편함을 찾고 주변 사람들의 각자 다른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영화제 방문객 두배
규모 확대보다 내실 키울 것

첫 번째 영화제를 끝내고 올해 두 번째 영화제를 준비했다. 올해 3월까지 영화제 집행부의 인원인 너멍꾼들이 구성되고 준비를 더 철저히 했다. 너멍꾼도 18명으로 늘고 상영영화도 6편으로 늘렸다. 영화제 시작 전 오프닝 공연도 준비하고 프로그램도 내실 있게 준비했다. 또 지난 영화제 준비과정을 담은 3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공개하는 등 영화제를 만드는 의미를 더했다.

올해도 9월 1일부터 1박 2일간 영화제를 열어 200여명이 방문하며 1회 영화제보다 방문객이 2배가 늘었고 관심도 더욱 커졌다. 불편함을 강조한 영화제는 성공적이었다. 마을 어르신들도 영화제를 찾아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제를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2~30대의 청년층은 물론이고 40대 이상의 중년층도 많았다. 영화 관람과 함께 1박 2일의 휴식을 위해서 영화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제 앞서 버스킹 공연이 진행되고 영화 상영후에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감독과 배우와 만나는 시간도 진행됐다.

영화제는 1박 2일간이지만 둘째 날은 기상 후 각자 해산이다. 다음날 아침까지 있는 사람들은 텐트를 치고 스스로 숙박을 해결한 사람들이다. 자연을 벗 삼아 캠핑도 하고 많은 사람들도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 모닷불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연 속 공간이 너멍굴이었다.

1년만에 두배의 방문객이 늘었지만 규모는 더 이상 확대하지 않을 계획이다. 규모가 커지면 처음 시작했던 의도를 벗어날 우려가 있어서다. 완주라는 공간과 영화제를 통해 획일화된 모습보다 다양한 삶을 만나 볼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드는 게 너멍굴영화제가 추구하는 목표다.

앞으로는 마을주민들의 참여를 늘려 나가고자한다. 영화제에 지역 특산물이나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해 주민들은 소득을 얻으면서 함께 참여하는 풍성한 영화제로 만들 계획이다.

청년들의 무모하지만 용기 있는 도전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지역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젊음과 청춘을 한 곳에 쏟으며 스스로 즐길 거리를 만드는 너멍꾼들의 의미있는 영화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찾아가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 인터뷰 | 윤지은(너멍굴영화제 집행위원장)

"획일화된 삶보다 다양한 모습 느끼길"

   
 

윤 집행위원장은 남들과 같은 삶을 사는 것에서 벗어나 완주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완주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자신도 그 중에 하나가 되었다. 최근에는 완주군청에서 조성하는 청년거점공간을 만드는 업무를 맡아 추진하고 있다.

- 영화제가 큰 관심을 받았는데 어떠한지.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친구들과 모여 시작한 일이 점점 커지는 것이 놀랍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불편함을 전면에 강조했는데도 사람들이 생각보다 좋아해줘서 신기했다.

- 영화제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완주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 남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도시생활에서 남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올바른 것이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지만 한발 물러서서 보면 남과 같이 살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항상 들지만 재미있게 살아가자는 생각이 더 크다. 영화제에 오는 사람들도 획일화된 삶 외에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 청년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수도권에 살다가 오니 시골이라서 저녁 8시면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살고 있는 곳이 면지역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지역에 청년들은 많지만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모여서 놀 공간이 없어 서로 교류가 되지 않는다.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되고 공동체가 이뤄질 것이다. 완주군청에서 추진하는 청년거점공간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청년들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활동을 늘리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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