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마을계획 세우도록 해야
타지자체 자치강화 사업들 실시

A 면은 면내 마을들에 대한 항공사진을 촬영해 면사무소에 배치할 사업을 계획했다. 변화하는 마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애향심을 높이고자 기획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해남군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현재 해남군의 예산편성상 읍면이 자체예산을 수립하지 못함에 따라 관련 실과소에 예산편성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해남군내 14개 읍면은 지역 특성에 맞춰 사업을 해보고 싶더라도 현재의 체계에서는 군이 예산을 세워주지 않으면 군의회에 예산심의마저 신청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남군은 내년도 예산부터 읍면별 자체예산 편성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편성되는 읍면 예산은 이장수당, 행정운영경비를 비롯해 300만원 이하 소규모 보수공사 등의 예산에 불과해 읍면 자체사업을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읍면 예산편성은 내년도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으로 우선은 몇몇 사업에 대해서만 편성할 계획이다"며 "내후년부터는 이를 확대해 읍면에서 자체사업을 발굴해 예산을 편성,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때문에 2020년 예산편성에서는 단순한 농로포장, 용배수로정비 등 주민숙원사업이 아닌 공공성과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주민들이 직접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예산을 요청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교육이 지금부터라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요구는 계속해 증가하고 있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도 해남군농민회는 주민들이 직접 마을에 필요한 사업계획 수립과 예산을 배정하는 마을·읍면예산 자율 편성에 대한 정책을 후보들에게 제안했으며 당시 후보들이 이 정책협약에 서명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자치분권 강화가 추진되면서 마을자치 활성화 역시 주목받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주민 참여 및 주민자치회 활성화 방안을 발표, 주민자치회 설치·구성 법제화 등 주민참여 기반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주민자치회에 주민총회 개최, 마을계획 수립 기능을 추가하고 주민대표기구에서 수립한 자치계획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에서 각 읍면동별로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회 등을 구성하고 직접 주민들이 내가 사는 마을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는 등 주민들이 디자인하는 마을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다.

세종시는 시민들이 스스로 시정에 참여해 결정하고 직접 실천하는 시민주도를 위해 조치원읍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으로 읍면동장 시민추천제를 시행했다. 읍면동장 시민추천제는 읍면동장에 공모한 내부 공무원을 시민이 면접 또는 투표를 통해 추천하거나 개방형 공모로 공무원 또는 민간경력자를 읍면동장에 임용하는 것이다.

충복 옥천군은 읍면별 개발예산의 자율성 강화와 지역별 균형 예산 배분 공약에 따라 군에서 일괄 편성하던 개발예산을 읍면에서 자율편성토록 조치했으며, 고성군은 읍면별 지역회의를 구성해 읍은 2억원, 면은 1억원 규모의 예산편성권을 부여했다.

충북은 마을기업 설립, 좋은 이장학교 등 주민이 스스로 기획한 마을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발굴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안산시 일동은 주민들이 각 분야별 분과를 만들어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제시된 의제들을 주민 300인으로 구성된 원탁회의에서 최종 확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주민역량 강화를 위해 자치학교 등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B 씨는 "문재인 정부에서 지역자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직접 주민들이 수립하고 예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지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해남군도 발 빠르게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이 지금부터라도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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