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아동문학가)

 
 

나는 물입니다
깊은 산속 작은 샘에서 태어났습니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형들을 따라
작은 개울 길을 갑니다.

높은 뜻은 가지고 있지만
높은 곳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 뜻을 가지고 작은 길을 따라
낮은 곳으로 갑니다.

아픈 것을 모두 가슴에 안고
슬픈 것도 모두 등에 지고
추한 것들을 모아 머리에 이고
더 넓은 곳을 향하여 갑니다.

힘들면 바위 그늘아래 쉬어가고
외로우면 웅덩이에 누워 나무를 보며
아프면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서
오고 오는 친구들을 기다립니다.

친구들이 다 모이면
힘과 뜻을 하나로 모아
장애물을 밀어내어
새 길을 만듭니다.
더 낮은 곳으로
더 어두운 곳으로
더 쓸쓸한 곳으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갑니다.

나무들이 손을 들어 춤을 춥니다.
물 마신 아기 사슴 따라 뒵니다.
토끼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물가에 꽃들은 응원합니다.

더 밝은 세상을 꿈꾸며
더 넓은 세상을 바라며
더 높은 세상을 바라며
더 행복한 세상을 바라고

맑은 마음으로 하나 되어 달려갑니다.
그래서 모두의 길을 가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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