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공동취재> 도시양극화 문제해소를 위한 공동체회복
2. 이웃과 건강한 관계가 활력 불어넣는 '서울성미산마을'호혜관계 마을공동체 회복
도시 생활문화 관계망 구축
노영수 기자  |  5536@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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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3  1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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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미산마을은 주민들의 호혜적 관계 속에 어린이집과 대안학교·책방·병원·공방 등 삶에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설립해 운영하며 마을 공동체를 돈독히 다지고 있다.
   
 
   
▲ 마을경제를 위해 발행한 지역화폐인 '두루'와 '모아'.

| 싣는순서 |

1. 도시 쏠림, 읍 쏠림 암울해지는 농촌마을
2. 관계로 맺어지는 공동체 활력 불어넣어
3. 주민 자치 강화 내가 사는 마을 내가 디자인
4. 지역공동체 자주성 기반으로 되살아난 마을
5. 내가 사는 마을 나에게 필요한 마을로
6. 잘 가꿔진 공동체 삶의 질을 높인다

서울은 10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다. 천만명의 사람들 대부분은 앞집과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이렇다보니 전·월세 계약이 완료되면 더 나은 생활여건을 찾아 다른 마을로 떠나는 일이 부지기수다. 마을을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

이 같은 환경 속에 이웃과의 관계망 형성이 마을을 떠나려는 사람들을 붙잡는 곳이 있다. 주민들이 서로와 서로를 연결하고, 내가 살고 싶은 마을로 변모시켜가고, 이 공동체 속에 속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주민들이 주체가 돼 이웃 간의 호혜적 관계(양편이 서로 특별한 편의와 이익을 주고받는 일)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회복한 곳. 바로 '서울 성미산마을'이다.

주민들은 성미산마을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아이가 사라져도 금방 찾을 수 있고 이웃에게 언제나 맡길 수 있을 정도로 형성된 주민들 간 유대관계를 꼽니다. 나와 이웃의 눈이 CCTV가 돼 동아리모임을 하는 도중에도 내 가족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정보가 속속 들어온다. 이러한 심적인 편안함이 마을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 주민들이 출자해 설립한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

15년째 성미산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사슴(성미산마을은 나이를 떠나 수평적인 소통을 위해 이름 보다는 별명을 부르고 있다) 씨는 "이 동네에 살고 있다고 다 행복하지는 않다"며 "하지만 위안 받을 친구가 있고 하소연할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이곳에서의 생활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것들이 다 다르다보니 회의를 할 때면 의견 충돌이 있고 싸우기도 한다"며 "초창기에는 싸우지 말자는 것이 모토였다면 지금은 갈등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잘 싸우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성미산마을 구성원들은 기존 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도 매년 열고 있으며 청년들의 거주, 일자리 등 사회적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청년들이 마을의 일원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 생협, 병원 등 성미산마을의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를 발행해 지역내 선순환 경제도 구축하고 있다.

성미산마을은 대도시인 서울에 위치해 기반여건 등이 농촌마을인 해남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지만 지역 내에서도 태양광 등 각종 사업들로 인한 마찰로 마을공동체가 위기에 놓인 곳도 있는 만큼 이웃들 간의 관계 회복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되살리는 모습이 주목된다. 서울 성미산마을은 마포구 서부지역에 위치해 있다. 행정구역으로 구분돼 있지는 않지만 성산동, 서교동, 망원동, 연남동 일대로 성미산 주변에 자전거나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거리일대를 성미산마을이라 칭한다.

성미산마을은 주민들의 동아리부터 협동조합·마을기업·사회적기업 등 크고 작은 네트워크가 모여 형성됐다. 25년 전 공동육아로 시작된 주민들의 커뮤니티는 현재 공동육아협동조합·대안학교·마을금융·지역화폐·공동주택·동물병원·음식점·병원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성미산마을의 출발점은 공동육아다. 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던 몇몇 학부모들이 해발 66m라는 작은 뒷동산을 품고 있는 마포구 성미산 주변으로 모였다.

자신들이 어렸을 때 마을이라는 환경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컸던 경험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자 서울 속에서도 몇 안 되는 자연이 있는 성미산 주변에 터를 잡았으며 전국 최초로 공동육아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자녀들이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늘어나자 '우리 어린이집', '날으는 어린이집' 등 2곳으로 어린이집 운영을 늘리고 풀잎새 방과후, 도토리 방과후 등 방과후 학습 등에 공동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마을 필요사업  직접 추진
협동조합·마을기업  창업

우연히 정착한 이후 '자녀교육'이라는 공동관심사로 시작된 성미산마을은 자녀교육을 넘어 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커뮤니티를 구성해 스스로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주민들은 공동 출자를 통해 마포두레생협을 조직했으며 맞벌이 부부가 많아 집에서 음식을 만들기 어려워하는 주민들의 생활개선을 위해 동네부엌이라는 반찬가게도 창업하는 등 마을이 조금씩 확대돼 갔다.

특히 2001년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었던 주민들에게 날벼락 같이 다가온 서울시의 성미산 개발 계획이 마을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

서울시가 2001년 5월 성미산에 배수지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에 주민들이 반발하며 뭉치게 된 것. 주민들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하루 24시간 매일 돌아가면서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물리적 저항에까지도 이르렀다. 하지만 성미산을 지켜야 된다는 여론이 형성돼 서울시는 2003년 8월 결국 배수지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물러섰다. 주민들은 벌목된 성미산에 매년 나무를 심어 지금의 푸르른 모습으로 되돌려 놨다.

성미산지키기 운동에 승리한 주민들은 더욱 긴밀한 관계망이 형성돼 커뮤니티를 더욱 확대해 나갔다. 특히 '함께해 무엇인가를 이뤄냈다'는 성취감은 공동실천에 대한 자신감과 결집력을 높였다.

주민들은 어린이집 이후의 자녀교육에 대해 고민하다 직접 대안학교를 설립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주민들이 출자해 설립기금을 마련하고 교사를 채용하는 등 준비 이후 2004년 9월 성미산 학교를 개교했다.

현재도 운영비는 학부모들이 1/N로 지출하고 있다. 성미산학교는 초등부터 고등까지 12년제의 비인가 도시형 대안학교로 40여명에 이르는 교사와 강사에 대한 인건비에 갈수록 학생수는 줄어들어 수업료에 대한 부담도 큰 것이 사실이다. 현재 성미산마을 교육시스템으로는 공동육아협동조합 5곳, 방과후 협동조합 1곳, 성미산학교, 돌봄 프로그램 3곳 등이 운영되고 있다.

사슴 씨는 "한 학년에 12명 정원이지만 대부분 미달로 현재 한 학부모당 부담해야 하는 월 수업료가 62만9000원으로 일반 학교에 비해 비싼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 부담이라고 느끼는 학부모는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방식이 맞는지, 인가를 받아야 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매번 고민 중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이와 함께 마포희망나눔공동체인 라디오 마포FM, 재활용품을 판매하는 되살림가게, 아이들에게 건강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작은나무카페, 마을식당인 성미산밥상, 동물병원, 의료협동조합, 공방, 마을금고 등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이뤄졌다.

특히 주민들은 다양한 동아리 등의 모임을 통해 마을에 필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이를 서비스 받고자 하는 주민들이 뭉쳐 출자해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을 꾸려나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먹이고 싶다는 마음에 '작은나무'를, 아토피가 있는 자녀를 위해 비누공방인 '비누두레'를 등을 만들었다. 이 같은 다양한 사회적경제 관련 기업들의 설립은 일자리창출로도 이어졌다.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다양한 커뮤니티가 생겨났지만 수익악화로 문을 닫은 곳도 있다. 자동차정비를 할 때 마다 막연히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아버지들 사이에서 회자됐고, 결국 자동차정비업소인 성미산차병원협동조합을 2003년 설립했지만 6년만인 2009년 적자 누적으로 해산됐다.

정치에도 직접 참여하고자 참여와 자치를 위한 마포연대가 2002년 설립돼 구의원 등에 출마했지만 이도 활동의 부재로 2009년 해산됐다. 도심지역의 오랜 고질병인 주차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카쉐어링이 제기돼 10가구가 차량 2대를 나눠 탈 수 있도록 자동차두레도 설립됐지만 유지되지 못하고 해산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실패에 두려워하기 보다는 나와 우리 마을에 필요한 것에 대해 이웃과 이야기 나누고, 직접 부딪쳐가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성미산마을은 마을내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사람과 마을'도 조직해 매년 마을살이(지신밝기·마을축제·마을운동회 등)를 열며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실천하는 주민들 외 함께 거주하는 주민들과도 연계와 협력에 나서고 있다. 또한 마을의 복지를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마포 희망나눔은 어르신문화놀이터·청춘살롱 송년회·반찬지원·집수리 등 다양한 활동으로 성미산마을의 다양한 커뮤니티에 속한 주민과 여기에 속하지 않은 주민간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현재 성미산마을은 1000~1500여가구가 70여개 단체·가게·모임 등의 크고 작은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

마음이 맞는 주민들 간에 공동주택을 짓는 소행주(소통이 있는 행복한 주택만들기)를 설립해 현재 6호까지 건립됐다. 최근에서는 청년들의 이주가 늘어나고 있어 함께주택(독립생활자 거주 공간)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성미산마을은 마을경제를 위해 지역화폐인 '두루'와 '모아'도 발행해 등록된 네트워크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성미산마을은 주민들간 수평적 관계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또한 자발적으로 나서며 도심의 삭막한 생활환경을 벗어나 한 동네에 사는 주민들 간 활발한 커뮤니티로 마을공동체를 이뤄나가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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