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Religion)'라는 단어는 '모두를 묶어 주는'이라는 뜻의 라틴어 'religio'에서 나왔다고 한다. 종교의 역할에서 사회통합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종교는 양면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신과 초자연적인 실체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경건하고 진실한 삶을 살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맹목적이고, 배타적이게 하며 상대에 대한 공격성을 표출하게도 한다. 이때 그 근거가 되는 것이 '이단(異端)'이다.

이단은 정통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오류로 인해 정통에서 배척되어진 교의(敎義)나 그 체계를 말한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처음 시작부터 근본뿌리가 다른 것이 이단임에도 한국교회에서는 교리나 신학의 차이를 가지고 이단이라 규정하고 정죄한다. 조선시대 유학에서도 주자학을 정학(正學)으로 양명학이나 천주교는 사학(邪學)으로 구분했듯이 종교적 근본주의는 나와 상대를 정통과 이단으로 나누는데 익숙하다.

11세기에는 동방정교회와 서방 로마가톨릭이 서로를 이단으로 규정하여 파문하였고, 16세기 종교개혁시대에는 로마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가 서로 상대가 이단임을 주장했다. 이단논쟁은 십자군전쟁과 종교개혁이후 벌어진 종교전쟁과 종교재판과 마녀사냥 등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불러왔다. 서구열강의 제3세계에 대한 식민지배와 착취 역시 이단이라는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사회양심이나 도덕론은 설자리가 없었다.

20세기 들어 '화해와 일치' 움직임이 일면서 관계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한국개신교단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합동교단은 가톨릭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교회 주요 교단총회에서도 이단논쟁은 뜨거운 이슈였다. 임보라 목사의 성소수자 지지와 퀴어목회를 이단이나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했다. 메이저 교단인 통합측은 "그는 기독교신앙과 별 상관없는 인본주의적이고 박애주의적인 일반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자"라고 규정했다. 또한 동성애자는 신학대학원에 입학불가 하도록 결의하면서, 교직원과 학생들에 대한 친동성애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신학대학 총장들에게 한 사람씩 공개적으로 동성애반대를 표명하도록 요구했다.

종교가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믿음에 몰두하게 될 때 사상검증과 이동(異同)을 찾는데 온 힘을 쏟기 때문에 종교 교의를 실천하는 것에는 소홀하게 된다.

과학의 지배력이 확대된 세상에서 신앙적 성숙과 삶의 경건함을 어떻게 해야 할 것 인가에 집중해야 할 때임에도 교회는 아직도 교리와 이단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가 추구하는'신론'이나 '삼위일체론'과 같은 본질에는 일치해야지만 본질을 해치지 않는 곁가지에는 관용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와 사회정의를 위해서 행동하는 믿음, 사랑의 실천을 하는 것이 하나님 뜻과 교회를 살리는 길이다.

"다른 종교와 어떻게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 우선 겸손한 태도를 갖고 많이 배워야 한다. 다른 종교인들의 신앙을 배운다고 자신의 신앙이 없어진다면 그 정도의 신앙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라고 고 강원용 목사는 말한 바 있다. 타 종교는 물론이고 이단에 대처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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