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치매 노인들 찾는 80대
색소폰으로 재능기부 동호회

▲ '해남 소리 모아' 회원들이 색소폰 연주를 통한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다.
▲ '해남 소리 모아' 회원들이 색소폰 연주를 통한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다.
▲ 곽영순 할머니가 치매 노인들을 위해 구연 이야기 들려주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곽영순 할머니가 치매 노인들을 위해 구연 이야기 들려주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봉사를 생활화하며 아름다운 황혼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올해 84살인 곽영순 할머니는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월요일 요양원과 병원에 있는 치매 노인들을 찾아 각각 1시간씩 구연 이야기 들려주기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보건직 공무원으로 32년을 일했고 퇴임한 뒤 대흥사 숲 해설사와 유치원 구연동화 강사를 했다는 곽 할머니는 건강할 때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던 차에 지인의 요청에 따라 우연히 치매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현재 3년여째를 맞고 있다.

자신 또래이거나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치매 노인들을 위해 곽 할머니는 옛날이야기와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진리에서부터 삶의 의미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또 이야기에 곁들여서 건강 박수 치기는 물론 노래도 한가락 뽑을 때는 치매 노인들이 흥에 겨워 춤을 추면서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노는 공간이 연출되기도 한다.

지난주까지 있던 환자가 없으면 왜 안 나온 건지 걱정부터 앞선다는 곽 할머니는 1시간 동안 열심히 놀고 갈 때쯤 '내가 누구요' 하고 물으면 치매 노인들이 '글세 어디서 본 것도 같고' 하며 금세 기억을 못 하거나 일부는 '오메 벌써 갈라고 하네, 허망하네 더 있다 가지'라고 말할 때 안타깝기만 하다고 한다.

곽 할머니는 "이 시간만큼이라도 치매를 겪는 노인들이 신나고 즐거워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으며 나부터 함께 어울리는 것이 신나고 즐겁고 보람돼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며 "나는 봉사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매주 이곳에 놀러 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색소폰을 배우고 연주하며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재능기부를 하는 동호회도 있다. 현재 해남군민대학에서 색소폰 강의에 참여하고 있는 수강생 가운데 16명은 강의 때 배운 색소폰을 실전 삼아 틈 나는 데로 요양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을 돌며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다. 1년 반 동안 평생교육시설에서 색소폰을 불며 입을 맞춰 온 사이인 이들은 최근 '해남 소리 모아'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60~70대가 주를 이루고 최고 연장자가 80대인 이 모임의 슬로건은 '즐겁고 슬기로운 인생'으로 나이 들어 가만히 집에 있기보다는 한가지 악기를 배우고 다루면서 인생을 즐기고 그것을 재능 기부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전에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악보에만 열중했다는 회원들은 이제는 즐거워하고 신나서 춤을 추는 환자들을 바라보고 신청곡도 받아 연주하고 노래도 부를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이 모임의 총무인 양세승 씨는 "초보 수준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함께 어울리며 재능기부도 하면 내 마음이 먼저 힐링 되는 것 같아 항상 금요일 강의시간이나 재능기부 날이 기다려진다"고 밝혔다.

재능기부도 하고 회원의 부탁을 받아 칠순 잔치에서 공연도 하고 군청광장에서 열리는 평생학습 축제에도 초청돼 공연할 예정이라는 이들 회원은 앞으로도 즐겁고 슬기로운 인생을 만끽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황혼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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