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실패에 대해서 관대한 편이 아니다. 반면에 성공한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상을 분석하여 그것을 모방함으로써 같은 결과를 얻고자하는 성공철학은 넘쳐난다.

요즘처럼 살기 어렵고 경제가 어렵다 보면 강박적으로 성공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사상이나 수법을 법칙화 하거나, 원칙화 해서 적용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법칙이나 원칙이 현실과 맞지 않거나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실패시 책임회피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실패를 넘어서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단점이나 취약점을 인정함으로써 얻어지는 적절한 배움은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한다.

교육현장에서 실패를 안전하게 경험시키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임에도 아니러니 하게도 교육현장은 성공철학의 최일선이다. 실패하면 낙오되고 사회에서 배제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겉으로 강한 척하고 성공에 집착하다 보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은폐하게 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는 몇 가지 해악을 불러온다.

첫째,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 결국 사회에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시스템'이 구축된다. 수많은 재정을 쏟아 붓고도 오히려 자연환경을 훼손한 '4대강 사업'이 대표적 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책임소재나 원인을 정확 파악하지 못한채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 때문에 실패를 계속 반복하게 된다.

둘째,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책임도 자기가 지지 않으려 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게 된다. 여기에서 타인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태동하고 이것이 확대되면 사회와 시대에 대한 분노로 확산된다. 결국 자신이 실패를 자기책임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이 수동적 피해자가 되면서 사회를 향한 분노를 범죄행위로 표출되기도 한다.

셋째,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는 정체된다. 실패란 무언가에 '도전'하고 '시도'를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바꾸어 말하면 실패하지 않는 다는 것은 도전하지 않는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실패했을 때 완전히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되어야 용감한 도전자들이 사회 이곳저곳에서 생겨 날 수 있다.

창업 8년만에 세계적 게임회사로 발돋움한 핀란드 '수퍼셀'은 지난 8년 간 수많은 실패 속에서 정식으로 출시한 게임은 달랑 4개뿐이지만 세계정상을 달리고 있다. CEO 일카 파나넨은 "실패가 없다는 것은 혁신이 없었고, 모험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며 "실패 없이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직원들에게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다음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 '실패장려정책'을 펼쳐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두려움의 대상인 실패를 일상사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면 오히려 실패의 구렁텅이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추석에 만나게 될 가족·친지·지인들 중에 실패의 쓴맛을 보고 낙심하며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고생 많았지~,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는 공감과 격려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야말로 정말 따뜻한 추석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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