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탐선 TNT 조류에 떠밀려 폭파실패
해전 5분전 일반선 통과, 통제구멍

▲ 예인선이 TNT초탐선<왼쪽 동그라미>을 무대 바다 중앙에 놓고 갔지만 거센 조류에 떠밀려 곧바로 조류발전소와 왜선 연출진 쪽으로 떠내려가고 있다.
▲ 예인선이 TNT초탐선<왼쪽 동그라미>을 무대 바다 중앙에 놓고 갔지만 거센 조류에 떠밀려 곧바로 조류발전소와 왜선 연출진 쪽으로 떠내려가고 있다.
▲ 해전재현 행사 5분 전인 오후 5시 11분쯤 일반 예인선<오른쪽 동그라미>이 통제선을 뚫고 행사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는 장면. 통제와 안전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 해전재현 행사 5분 전인 오후 5시 11분쯤 일반 예인선<오른쪽 동그라미>이 통제선을 뚫고 행사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는 장면. 통제와 안전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2018 명량대첩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 위해 지난 8일 펼쳐진 명량해전 재현 행사가 조류를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진행으로 수억 원의 돈만 낭비한 채 엉망진창으로 진행됐고 행사를 위한 선박 통제와 안전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해전 재현을 총괄한 전라남도는 행사에 박진감을 불어넣기 위해 영화 '명량'의 특수효과팀을 합류시켰고 대장선을 공격하는 초탐선 TNT 폭파를 재현에 처음으로 집어넣은 것은 물론 입체적인 해상 전투신과 수중 폭파를 보여주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주변 150미터, 위쪽으로 80미터까지 파편이 튀고 폭파 여파가 있을지 모른다던 초탐선 TNT폭파는 실전행사에서 이뤄지지 않았고 박진감있는 전투신은 선보이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다 끝나버렸다.

애초 해전 재현은 예인선으로 TNT가 실린 초탐선을 해남과 진도 무대 중앙 바다로 이동해 고정한 뒤 이후 초탐선 폭파를 시작으로 대장선 진격과 추격신, 그리고 돌격신과 전투, 승리의 함성과 함께 원형을 그리며 퇴장하는 시나리오로 짜였다. 그러나 예인선이 TNT초탐선을 무대 중앙 바다로 이동시킨 뒤 곧바로 초탐선이 서서히 물살에 떠밀려 수백 미터 떨어진 왜선 연출진들이 있는 쪽으로 떠내려갔고 급기야 바다를 가로지르는 송전선 아래쪽에 위치하면서 안전사고를 고려해 아예 폭파를 시키지 못했다.

TNT초탐선이 폭파되지 않은 채 왜선 주변까지 떠내려와 있다 보니 왜선 연출진도 접근을 꺼리면서 한동안 멍한 상태가 계속됐고 뒤늦게 다음 시나리오로 넘어갔지만 이미 시작부터 꼬인 데다 불안감까지 겹치면서 왜선과 판옥선 간 거리도 너무 멀어 홍염스모크(붉은색 연기와 불꽃)로 연출된 화포 공격 등도 그냥 바다에만 쏘는 형식으로 끝나 전투신도 제대로 연출되지 못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물살이 세고 조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라 이미 해전 재현을 해왔던 연출진이나 해남군과 사전 협의가 필요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저렇게 행사를 하면 안 될 것 같아 의견을 표시하려 했으나 전라남도 입찰절차를 통해 해전을 연출한 대행사 측이 대화 자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전 재현은 해남군이 총괄해 공모를 통해 이뤄졌지만 올해는 참신하고 변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며 전라남도가 총괄하고 대행사를 선정해 해전과 축제 프로그램을 맡겼다.

특히 해전 재현 행사 5분 전에 행사에 동원되지 않은 일반예인선이 벽파진 쪽에서 왜선 연출진이 있는 조류발전소를 지나 TNT초탐선과 무대 중앙 바다를 거쳐 진도대교를 가로질러 가 선박 통제와 안전관리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벽파진 쪽은 애초 완도 해경이 통제를 맡았는데 해전 재현 전에 명량대첩 해군 출정 퍼레이드 등이 있어 오후 4시 20분부터 해전재현이 끝난 오후 6시 30분까지 통제를 하기로 약속된 사항이었다. 그러나 해전 재현을 불과 5분 앞둔 오후 5시 10분쯤 일반예인선이 행사장을 가로질러 가면서 자칫 TNT폭파신과 겹쳤을 경우 대형 사고 위험까지 초래될 수 있었으며 추격신과 돌격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안전관리 부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해에도 일반선 3척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해전 재현 중에 끼어든 것으로 확인되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완도 해경 측은 "통제가 제대로 안 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경비정 한 척으로 통제가 어려울 것 같아 지난 4일 전라남도와 해남군 담당 부서에 관공선(어업지도선) 지원과 안전요원 배치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추가 지원과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해남군은 "어업지도선이 한 척 있지만 고장 난 상태여서 당시 지원을 못 했다"고 밝혔다.

행사를 총괄한 전라남도 관계자는 "TNT초탐선 폭파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일반 예인선이 갑자기 지나가면서 너울이 출렁거려 초탐선을 고정하기 위해 양 무대 쪽으로 설치했던 닻 한쪽이 풀려버려 떠내려가면서 이뤄진 일로 통제가 제대로 안된 게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남방송이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TNT초탐선이 떠내려간 것은 일반 예인선 통과와 무관하게 초탐선을 무대 중앙에 놓자마자 바로 물살에 밀려 떠내려간 것으로 확인돼 전라남도가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해 명량대첩축제 총예산은 13억원으로 이 가운데 대행사를 통한 해전 재현과 프로그램 운영 예산은 5억9500만원이었고, 해남·진도지역 어민들과 배 수십 척이 해전 재현에 동원됐다. 행사에 동원된 어선들은 위험 속에 놓여있지만 보험 가입도 되어 있지 않았다. TNT 폭파 장면을 위해 초청했던 영화 '명량'의 특수효과팀은 아무것도 못 한 채 되돌아갔고 TNT는 행사 이후 해체됐으며 아쉬움이 남는 해전 재현과 달리 이후 펼쳐진 공군 블랙이글스의 에어쇼 비행은 관람객들의 큰 박수를 받아 주객이 전도된 행사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기존 해전 재현 연출진은 "명량해전 재현에 대한 모독이고 관객에 대한 모독이었다"며 "하지 않느니만 못했다"고 한숨지었다.

 

▲ 공군 블랙이글스 에어쇼.
▲ 공군 블랙이글스 에어쇼.
▲ 해군의장대와의 사진촬영.
▲ 해군의장대와의 사진촬영.
▲ 야간행사로 주목받은 미디어 파사드.
▲ 야간행사로 주목받은 미디어 파사드.

명량축제 다채로운 볼거리·주민참여 프로그램 눈길

2018 명량대첩 축제는 해전 재현 행사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참여형 프로그램과 야간 행사 등 새로운 기획들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공군 블랙이글스가 울돌목 하늘에서 선보인 화려한 에어쇼는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또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키워주기 위해 마련한 조선 수군 학교 캠프에 수백 명이 참석했고 군용텐트에서의 단체생활과 군함 승선 체험도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해군의장대 공연과 충무공 무술시범, 수문장 교대식 등은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야간행사도 인기를 끌었다.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전시관 외벽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는 관람객들이 대형 영화관에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켰으며 진도 무대에서 선보인 거리공연과 강강술래의 밤 행사도 호응을 얻었다.

강강술래는 외국인 200여명을 포함해 100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자음악을 병용한 댄스파티도 펼쳐져 야간 콘텐츠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밖에 해남에서 어민을 비롯한 군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해남동초 오케스트라와 해남서초 국악관현악단의 공연도 함께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올해 축제 방문객은 29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000여 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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