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본사 대표이사)

 
 

우리 민족의 한가위 명절인 추석이 보름여 남았습니다. 가족들이 모여 조상에게 제사 지내고 성묘하는 풍요로움과 훈훈한 인심을 자랑하는 명절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명절을 맞아도 가난하고 몸이 아프고 외로워 어려움을 겪는 힘든 분들이 많습니다.

해남신문은 21세기 우리사회의 문제점들을 살피고 앞으로의 방향을 찾으려는 목표로 이남곡 선생을 모신 논어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공자께서는 논어 학이편에서 제자 자공이 "가난하면서도 아첨함이 없으며(貧而無諂) 부유하면서도 교만함이 없으면(富而無驕) 어떠합니까?"라고 묻자 "좋은 말이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즐거워 하며(貧而樂)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富而好禮) 것만은 못하다"라고 하셨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부유한 사람들에게 머리 숙이고 손을 비비며 아첨하기 쉽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떵떵거리며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위세를 부리는 등 교만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 졌지만 속도와 효율을 앞세우는 각자도생의 정글사회가 되어 물질 그중에서도 돈이 제일의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그 결과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사람을 가르는 양극화가 심화됩니다.

이런데도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라니 무슨 말 일까요. 가난하면서도 즐거워 한다는 얘기는 가난을 좋아하거니 즐기라는 말이 아니고 불가피한 가난은 받아들이되 열등감에서 벗어나 정신적 예술적 가치 즉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즐긴다는 말이며 부유한 사람들이 예(禮)를 좋아하는 것(好)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베풀고 나누는 기쁨을 좋아한다는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빈이락', '부이호례'는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모두 스스로의 깨달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가치있는 삶에 대한 철학적 인문학적 자각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일주일 전에 열린 최범영 봉사상을 수상한 환경미화원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하겠다는 특별한 마음이나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고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 말합니다. 우리 공동체를 유지시키는데 필수 불가결한 중요한 일이지만 천대받는 환경미화일을 하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봉사일을 즐겁게 했다는 얘기여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지역에서 어렵게 쌓아온 부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큰 돈을 건강이 안좋은 사람들을 위해 병원에 기부하는가 하면 생색내지 않고 남몰래 돕는 분들도 많습니다.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어려운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행복할 권리를 빼앗기거나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이웃의 어려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바람직스럽지 못한 우리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사람 냄새 나는 훈훈한 명절이 될 수 있습니다. '빈이락', '부이호례'의 공자의 위대한 정신을 되새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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