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막걸리 양조장 지켜
이야기 담긴 막걸리 목표

▲ 삼산주조장 이중자 씨의 막걸리 맛을 아들 한홍희 씨가 이어가기로 했다.
▲ 삼산주조장 이중자 씨의 막걸리 맛을 아들 한홍희 씨가 이어가기로 했다.

"전통의 얼 담긴 막걸리 잇겠다"

삼산주조장의 2대째 이중자(79) 씨가 56년간 지켜온 막걸리의 맛을 아들 한홍희(52) 씨와 며느리 이혜옥(52) 씨가 이어가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이중자 씨는 남편 고 한상소 씨와 결혼하면서 꽃다운 23살에 해남으로 내려왔다. 삼산 상가리가 고향인 시부모님은 송지면에서 산정주조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갓 새댁이 된 이 씨도 막걸리를 만드는 길에 들어서게 됐다.

이 씨가 만들어온 막걸리는 생막걸리다. 술밥을 직접 쪄서 주모를 만들고, 1973년부터 사용해온 대형 옹기에서 입국을 섞어가며 정성껏 발효시킨다. 술이 잘 끓는지 오매불망 항아리를 지키며 쉬는 날도 없이 막걸리를 지켜왔다. 최근에는 고령이 된 이 씨가 힘이 부쳐 술밥을 직접 찌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남지역쌀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송지면 산정리에서 삼산면 구림리로 이전해 삼산주조장이라는 이름을 달았고 두륜탁주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두륜탁주의 독특한 점은 당귀를 넣어 은은한 향이 배어나온다는 점이다. 이 씨가 여러 시도를 해보던 중 동의보감에 당귀가 사람의 기운을 올리고 보약재로 사용된다고 해 당귀를 넣은 막걸리를 만들게 됐다. 이 특징 때문에 서울 종로의 단골 거래처에서는 땅끝약초막걸리로 소개한다고 한다.

이 씨가 대를 이어 꾸준히 지켜온 막걸리의 맛은 아들 부부인 한홍희·이혜옥씨가 물려받게 됐다. 한 씨는 해남중학교를 졸업하고 타지로 떠나 공부와 직장생활을 이어왔는데, 27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 두고 막걸리 맛을 잇고자 올해 2월 해남으로 돌아왔다. 아내 이혜옥 씨는 서울에서 발효 관련 교육을 1년 받은 뒤 한 씨보다 2년 먼저 해남에 내려와 기술을 이어받았다고 한다.

이들 부부의 결심은 조부때부터 이어져온 막걸리의 맛을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는 결심 때문이다. 어머니의 기술을 전수받아 술밥을 집에서 직접 찌는 것까지 복원해내고, 이야기가 담긴 막걸리로 해남 대표 관광상품이 되어 지역을 더욱 알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한 씨는 "최근 소규모 양조장은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는 곳이 많은데 조부때부터 내려온 막걸리 맛을 이어가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독일에는 소규모 양조장들이 많아 각양각색의 맛을 내는 것처럼 우리만의 막걸리 맛을 선보여 지역 농산물 소비에도 더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 씨는 "나이가 들다보니 혼자 막걸리를 만드는 게 버거운 상황이었는데 아들 부부가 이어간다고 해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며 "막걸리에는 한국의 얼이 담겨있다. 가업을 물려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 삼산주조장 위치 : 삼산면 구림리 469-1, 연락처 : 061)534-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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