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의원)

 
 

금년 여름은 우리나라 더위와 관련된 갖가지 기록이 갱신 중이다. 이름도 폭염·찜통더위·불볕더위·가마솥더위·살인더위까지 등장했다. 한낮 기온 역시 1942년 대구의 40.4℃를 금년 홍천에서 41℃로 바꾸어 놓았다.

이는 단군 이래 최초라거나 기상대 관측이후 최고라는 수식어와 함께 열대야는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사람은 더위와 추위뿐만 아니라 지진·가뭄·홍수·산불 등 자연과 싸워 이길 수 없다. 그러므로 더위 역시 물가나 산속 깊숙이 찾아가는 피서가 최고다. 또 각자의 처지와 형편 취향에 따라 바둑·장기·고스톱 등 게임에 몰입하여 더위를 잠시나마 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내가 가장 선호하는 피서는 독서다. 더위가 아주 심한 날은 가끔 책 한 권 들고 집 앞의 카페에서 하루의 피서를 마음껏 즐긴다. 도서관, 서점, 박물관도 훌륭한 피서지다. 내가 독서와 관련된 첫 문장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있는 수필 『청추 수제』에 나오는 두보의 『속대발광욕대규』라는 칠언율시다. 삼복더위에 의관을 갖추고 사서삼경을 외우는 선비의 처지를 일컫는다는 선생님의 설명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독서는 옛날 선비가 여가를 보내거나 피서하는데 제1순위었다. 농경시대에는 잠시 일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겨울, 밤, 비오는 날 셋을 3여라 하여 독서에 열중했다. 내 유년시절만 해도 추수가 끝나는 가을에는 등화가친, 혹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여 학교에서는 글 읽기를 격려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벽한 냉난방시설과 조명덕분에 독서에 제약 받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TV와 스마트폰 때문에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이를 되살리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18 책의 해」를 선포하고 여러 가지 행사를 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책의 해 집행위원회에서 독서운동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라이프러리' 행사가 예정돼 있다.

'라이프러리'는 집행위원회에서 만든 삶과 도서관의 합성어로 5000권의 책으로 만든 움직이는 도서관이라는 뜻이다. 8월 부산의 영화의 전당, 9월 제주도 협재해수욕장, 10월 서울숲과 광화문 광장에서 독자와 만나게 된다. 그런데 얼마 전 모일간지에서 소개하는 생활화된 일본인의 독서 행태의 이런저런 모습이 많이 부러웠다.

하루 한 권은 말할 것도 없고 세 권까지 읽는 사람이 부지기수며 장서 또한 수 천권에서 수 만권이라고 했다. 최근에 도쿄에서 유행하는 '북앤베드호텔'에는 다양한 장르의 책을 비치하고 캡슐모양의 방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는데 일주일 전 예약은 필수며 숙박객의 70%가 2~30대의 여성이라 한다.

온천 휴양지 하코네에 있는 <하코네 혼 바크(책장)>호텔은 장서 1만2000권을 비치하여 서점인지 호텔인지 분간이 안 된다고 했다. 체인점 쓰타야 북 아파트먼트는 샤워시설을 갖추고 24시간 개장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식을 줄 모르는 독서의 열기가 패전국 일본을 선진국으로 만드는데 원동력이 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래저래 피서는 독서가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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