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주부)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계곡면에 있는 계곡 주유소 근처에서부터 갑자기 눈이 시리고 따끔거렸다. 세수를 하고나서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선크림을 덧발랐을 뿐인데 말이다. 안경 밑으로 손을 넣어 비벼 보고 눌러 봤지만 증세는 가시지 않고 눈물까지 흘렀다. 목적지에 닿았을 때는 그 증세가 사라지고 없어 잊었다. 그런데 이런 일을 몇 번 더 겪고 나서야 눈 시림을 일으키는 주범이 유기자차 선크림인 것을 알았다. 그 이후, 화장품 성분이란 문구가 익숙해졌다. 그러나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오자와 다카하루, 도판 청년사)'라는 책이 있을 정도로 몸이나 환경에 유해한 성분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이런 관심은 식품첨가물로 이어졌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아침밥상을 차릴 때마다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에 대한 유혹을 많이 받았다. 조리법도 간단하고 쉽게 상하지 않고 색과 맛을 좋게 하는 화학 물질을 넣어서 맛까지 있어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다음을 지키는 사람들, 시공사)라는 살벌한 제목의 책이 나올 만큼 그러한 식품 첨가물을 사용한 가공품과 과도한 농약과 비료를 사용한 농산물과 그 외 잘 관리되지 않은 많은 먹거리들이 끼치는 해는 대단하다.

날마다 세수하고 머리 감을 때는 클렌징 제품과 샴푸와 린스를 사용하고 얼굴에 스킨과 로션뿐만 아니라 많은 기능성 화장품들을 바른다. 우리 몸에 직접 닿는 것이니까 그 제품들의 성분표를 보려고 애를 쓴다. 우리나라는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가 실시되고 있어 볼 수는 있지만 단어가 어려워 나중에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성분 설명도 없어 소듐라우릴설페이트, 코카미도프로필베타인, 피이지 등이 주방세제와 같은 합성 계면활성제이며, 프록시에탄올은 방부제이고 선크림에 들어가기도 하는 벤조페논은 발암물질이고 디메치콘은 실리콘 오일류인데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으니 가급적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거나 이러한 합성물질들은 분해되지 않아 환경에도 해롭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날마다 먹는 식품도 그러하다. 육류에 붉은빛을 내게 하는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은 발암물질 논란이 있으며, 사탕 등에 사용되는 아스파팜은 뇌 기능 마비와 신경교란을 일으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케이크, 음료 등에 많이 들어있는 합성착색료는 소화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소브산칼륨이나 안식향산나트륨이 액상제품에 주로 쓰이는 방부제라는 것이 쓰여 있지 않으니 어찌 알겠는가?

며칠 전에 스테인리스 다목적 믹싱볼 세트를 사은품으로 받아서 키친타월에 식용유를 묻혀 닦아냈다. 연마제가 까맣게 묻어나왔다. 연마제로 사용하는 탄화규소는 발암물질이다. 그 까만 게 나오지 않을 때까지 문질러 닦아내야 한다는데 이를 알지 못했을 때는 주방세제로만 씻어 냈겠구나 싶었다. 몇 번이나 닦아내면서 소비자에게만 똑똑하고 깐깐하기를 강요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생각하니 슬그머니 화가 올라왔다. 공장에서 연마제를 제거해서 출시했다면 이런 일을 하고 있겠는가?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것은 물론 여러모로 좋다. 그런 소비자들 덕분에 화장품이나 식품에 유해물질을 빼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그러나 소비자의 힘에 밀려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풍토를 바라는 것은 너무 이른 일일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 선택에도 소비자에게만 현명하도록 요구하지 말고 로컬 푸드 사업을 장려하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윈-윈 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정부를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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