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네트워크를 통해 격오지 의료를 지원하는 사회의료법인으로 운영주체가 바뀐 유바리시립진료소.
▲ 최근 네트워크를 통해 격오지 의료를 지원하는 사회의료법인으로 운영주체가 바뀐 유바리시립진료소.
▲ 병원 내부 모습.
▲ 병원 내부 모습.
▲ 병원매점에서 간단한 야채와 식료품, 일용품을 판매하는 점이 특이하다.
▲ 병원매점에서 간단한 야채와 식료품, 일용품을 판매하는 점이 특이하다.

| 싣는 순서 | 

1_ 유바리의 우울한 현실
2_ 재정파탄의 최대 피해자는 시민
3_ 유바리 날개없는 추락 원인
4_ 관광은 하드웨어가 아닌 스토리텔링
5_ 지역의료와 복지 - 유바리모델의 진실
6_ 지역에 희망은 있는가 - 지역재생의 길
7_ 유바리의 교훈과 우리의 과제

유바리시를 기획취재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도시파산 이후 지역주민 삶의 변화와 지역재생 노력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파산 이후 "공공의료서비스의 급격한 축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노인들 건강상태가 좋아졌다"는 사실여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유바리 시립진료소를 찾은 날 인적이 한산한 시내와는 달리 진료소 주차장에는 차량이 가득했다. 유바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시립진료소였다. 고령화율이 50%가 넘어선 유바리에서 노인건강과 복지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시립진료소는 원래 탄광이 직원들을 위해 운영하던 병원이었지만 탄광폐쇄 후 유바리시가 1982년 병원을 인수해 시립병원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다가 2006년 유바리시가 파산하면서 재정부담으로 171병상 시립종합병원이 폐쇄되고 CT나 MRI 장비도 없는 19병상 진료소로 축소되었다.

당시 유바리시는 시립병원 운영으로 인한 재정적자가 45억엔에 이르러렀다. 병원 폐쇄로 인해 외과·안과·소화기내과·이비인후과 등의 진료과목이 없어지고 의사수도 2~3명으로 줄었다. 구급차 응급서비스도 중단되었다.

유바리시에는 시립진료소를 포함해 총 4개의 의료기관이 있지만, 입원이 가능한 곳은 진료소뿐이다. 파산 이후 세부담은 늘어났지만 오히려 공공서비스는 줄어드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의료환경의 변화로 공공의료서비스에 의지할 수 없게 되자 의료서비스체계 역시 소규모 의료센터와 재택의료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병원에서의 '치료(Cure)'보다는 예방의료를 포함한 '돌봄(Care)'에 중점을 두고 사회적 입원의 방지와 고령자가 장기입원시 와상환자가 될 위험성도 높기 때문에 의료가 생활현장으로 나가는 쪽이 건강하고 의료비도 줄어든다는 접근방식이다. 병원에 의존하고 치료를 맡기던 소극적 의료에서 주민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예방의료로 바뀐 것이다.

환자들은 스스로 질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건강만들기를 자각하고 금연·식사·운동의 지도나 위암발생을 억제하는 헬리코박터균 제거, 폐렴구균 백신접종이나 정기검진을 강조함으로써 주민스스로가 자신건강관리에 힘쓰는 노력이 나타났다.

이같은 변화를 주도한 사람이 시립진료소 위탁 운영법인 이사장인 의사 무라카미 도모히코(村上智彦)씨와 유바리 진료소장을 자원한 내과 전문의 모리타 히로유키(森田洋之)씨 였다.

사망자 수나 사망률은 거의 변동이 없었고 예방의료의 효과는 적지않았다. 구급요청에서부터 병원까지 구급차 소요시간은 67분으로 이전의 2배가 소요되지만 구급차 출동건수가 40% 줄어들고, 의료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암·심장질환·폐렴 등 3대 질환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특히 심장질환·폐렴은 눈에 띄게 줄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병원이 작아도 건강수명이나 평균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재가환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오히려 의료비 지출은 홋카이도 평균보다도 줄어들었다.

이같은 변화와 성과는 '유바리 Model'로 불리며 세인의 관심과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유바리의 현재가 곧 '일본의 미래이자 나아갈 길'이라는 주장과 '의료비 감소와 사망률 감소가 예방의료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반론도 거셌다.

그러나 유바리 방문취재 시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모리타 히로유키 씨는 이미 유바리를 떠나 규슈로 옮겨 갔기 때문에 직접 확인 할 수 가 없었다. 유바리모델의 또한 축 이었던 유바리시립 진료소 운영법인(夕張希望の杜)이사장인 무라가미 도모히코 씨 역시 개인적인 스캔들로 진료소 운영 일선에서 퇴진 후 지난해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해서 만나볼 수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유바리 시청과 시립진료소 관계자들에게 유바리모델의 진실에 대해서 물어본 결과 첫째, 총론적 측면에서 재가의료서비스나 예방의료 확대라는 방향은 맞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지역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도 있어 추진에 있어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둘째, 10년 전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더욱더 고령화가 진전되고 심화된 상황이라 접근방법이 같을 수는 없다며 평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셋째, 폐렴예방주사 접종이나 헬리코박터 제거는 폐렴과 위암등 질병예방과 의료비절감에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도시 의료 현장을 보면 연명치료, 튜브로 삶을 연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유바리 노인들은 건강하고 밝게 생활하고 죽을 때도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라는 모리타 의사선생 주장처럼 마지막 시기에 의료비를 쏟아부으면서 삶을 고통 속에서 마무리하는 우리 현실을 한번 쯤은 되돌아 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유바리에서 만난 사람들 |

 
 

사또 히데요시(시립진료소사무장)

'유바리모델'에 대한 질문에 진료소사무장 사또 히데요시(左藤秀悌) 씨는 이전 두 사람 의사선생의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고 지역 및 재택의료에 대한 일본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유바리에 지역의료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기초를 확립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1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니즈(needs)나 대상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집에서 돌봄을 받으면서 생활이 가능했던 사람들도 의료서비스에 의존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시립진료소 운영을 맡게된 풍생회(豊生會)는 사회의료법인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지역주민들이 살아오던 익숙한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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