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공동체와 어울림의 가치 '교류의 장 생활문화장터'
3. 구례 콩장에서 함께 배우는 시골살이의 즐거움2014년 첫 장, 서시천 산책로
페이스북·블로그 꾸준히 소통
박수은 기자  |  pse@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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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3  16: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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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 서시천과 잔디밭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펼쳐진 콩장은 귀농·귀촌한 지인들로 구성된 7팀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50~60개 팀이 참여하는 장으로 성장했다. 콩장에는 직접 만든 먹거리와 정성을 담아낸 수공예품,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깨끗한 헌 물품, 누군가와 함께 나누기 위한 따뜻한 마음이 있다.
   
   
   
   
 

| 싣는 순서 |

1회_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해남 모실장 
2회_ 신개념 문화장터 우리 손으로 만듭니다
3회_ 즐겁게 놀고 시도하자, 믿음 나누는 콩장
4회_ 도시농부와 청년 창작자 힘 합쳤다
5회_ 반짝반짝 상생의 아름다움 벨롱장
6회_ 이주민과 토박이의 어울림 따뜻한 마켓

구례 군민들이 사랑하는 서시천은 시원하게 펼쳐진 강을 배경으로 계절마다 유채꽃·꽃양귀비·원추리꽃 등 아름다운 꽃길과 나무그늘이 조성돼 군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유혹하는 공간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뿍 담긴 서시천에는 체육공원도 마련돼 있는데, 이 곳의 산책로에는 자연 풍경에 녹아든 생활문화장터 콩장이 열리고 있다.

콩장은 플리마켓 형태의 생활문화장터로 지난 2014년 7월 19일 처음 열렸다. 콩장을 기획한 건 2011년 서울에서 구례로 귀촌한 류호화(45) 씨다. '호호'라는 별명으로 활동하는 류 씨는 평소 수공예품 제작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뜨개질을 좋아해 아기자기한 제품들을 만들어왔고 구례 내에 작은 가게를 얻으려 했으나, 마땅한 곳이 없던 차에 인근 지역인 곡성군에서 플리마켓 영판 오진장을 방문하게 됐다.

영판 오진장은 소규모 판매자들이 모여 장흥 마실장처럼 생활문화장터를 열어보고자 했던 이들이 만든 공간이다. 지금은 사라진 장이지만 류 씨에게는 새로운 도약지점이 됐다. 홍대 플리마켓이나 서울 마르쉐같은 생활문화장터가 과연 구례에서도 가능할지에 대해 고민을 해왔던 류 씨는 영판 오진장을 통해 '장'을 여는 일이 어렵고 힘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류 씨는 친한 지인이자 '일탈'이라는 별명으로 활동하는 서규성 씨와 머리를 맞댔고 판매자가 류 씨와 서 씨, 두 명 뿐일지라도 즐겁게 장을 열면 된다는 생각으로 추진했다. 장의 이름은 '콩장'으로 지었다. 콩처럼 작지만 영양가 높고 알찬 장터를 알콩달콩 재밌게 열어보자는 뜻이 담겨있다.

장소를 어디에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쉽게 결정됐다. 당시 서 씨가 둘레길센터에서 잠시 직원으로 근무할 때였는데, 이 둘레길센터가 위치한 곳이 바로 서시천 체육공원 부근이었다. 매일 지나는 산책길인 이 곳에 장을 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류 씨도 이에 동의했다. 구례군청에 문의하자 사용해도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와 바로 콩장의 무대로 삼았다.

콩장의 장소가 마련된 후 취지에 공감한 지인들을 모아 총 7팀이 첫 콩장의 판매자로 참여하게 됐다. 바느질 수공예품을 비롯해 베이커리·빙수·떡볶이 등 먹거리를 선보였고 충분히 쓸 수 있는 헌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판매했다. 인근 지역인 경남 하동군에 사는 박경애 씨도 함께 참여해 남편의 아코디언 연주와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날짜는 매달 첫째 주와 셋째 주 토요일로 정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운영하되 그날 비가 올 경우 장을 취소하기로 했다.

류 씨는 페이스북, 서 씨는 블로그를 맡아 콩장을 홍보하고 있다. 콩장이 열리는 날을 공지하고 콩장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이모저모 담아 소개한다. 콩장이 가진 별도의 예산이 없으니 최대한 돈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 홍보하고자 한 것인데, 꾸준히 글을 올리고 소통하다 보니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콩장을 이용하는 방문자들도 자신의 SNS에 방문 후기글을 올리고, 구례군청에서도 공식 SNS로 콩장을 소개하면서 알음알음 알고 오는 장이 됐다.

판매자 50~60팀, 관광객도 방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연습공간

귀농귀촌인들이 중심이 되었던 작은 콩장은 4년 새에 50~60팀, 날이 좋지 않으면 30~40팀이 참여하는 장으로 성장했다. 구례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인 곡성과 하동부터 광주, 부산 등 다채로운 지역에서 찾아오고 있다. 여행하러 왔던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판매해 여비를 벌어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콩장은 도매품이나 공산품을 떼어다 파는 행위를 제외한다는 규칙만 지키면 별도의 다른 규칙이나 참여 절차가 없다. 참가비도 받지 않고, 매년 9월 열리는 콩장 생일잔치 때 사용할 500~3000원 사이의 자발적인 후원금만 모금한다.

기준과 규칙이 단촐한 것은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장이 되길 원한 류 씨와 서 씨의 가치관 덕분이다. 류 씨는 '콩장을 기획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제품과 판매를 스스로 관리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서다.

또한 규칙이 많아질수록 관리 감독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 장이 꾸준히 열리기 위해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관리 감독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류 씨는 "규칙이 많지 않은 것은 최대한 알아서 굴러가는 장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돈이 많아지면 다툼도 생긴다. 더 이상 규모가 커지지 않고 소박한 장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콩장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다양한 모습과 자유로운 분위기다. 판매자들은 각자 자신의 판매대를 마련해 각양각색의 사연을 담은 물건들을 늘어놓는다. 5세 아이부터 70세 어르신까지 참여해 판매자로, 때로는 구매자가 된다. 소중한 마음을 교환하는 장소인 것이다.

   
 

지난 7월 7일 열린 콩장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산책로를 따라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 죽 늘어선 판매대였다. 서시천을 병풍 삼고, 앞 쪽에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잔디밭도 있어 가족들의 방문도 많았다.

콩장에서는 손수 만든 베이커리·감식초·커피·현미 쌀과자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수공예품 비율이 높은 편이었는데 바느질 제품부터 도자기·목공예품·대나무공예 등 품목이 다양했고 벼룩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평화로운 장에 퍼지는 음악 공연 소리는 즐거움을 더했다.

류 씨는 콩장이 연습공간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것이다. 콩장이 편안한 일상이 되어 시골살이의 즐거움을 주는 장이 됐으면 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자 목표다.

류 씨는 "콩장에 오는 분들은 완벽한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만의 특별한 개성을 보고 사는 것이다"며 "시골에는 문화생활이 다채롭지 않다. 콩장이 누군가의 시골살이에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영상 보기> https://youtu.be/5K8aldlmfl4

■ 콩장 장소 : 구례읍 봉북리 595-11
■ 열리는 날 : 매월 첫째·셋째 주 토요일
■ 공식블로그 :
http://g_kongjang.blog.me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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