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규(해남예총 회장)

 
 

옛 어른들은 헌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지을 때 반드시 기존에 있던 건물자리를 피해야 된다고 하셨다. 만약 어쩔 수 없이 같은 집터에다 집을 짓게 되거든 기존에 서있던 건물 앞쪽에다 짓고 절대로 똑 같은 장소나 그 뒤쪽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이셨다.

어르신들은 "헌 집이 서있던 장소는 이미 지기(地氣)가 앞쪽으로 밀려나가고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곳에다 새집을 지어서 살면 망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즉 오랫동안 건물이 서있던 장소는 정기가 모두 빠져나가고 없기 때문에 똑같은 장소는 절대로 피해야된다는 것이다.

첨단과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 옛날 어르신들이 하셨던 말씀을 지키고 따라야 할지 모르나 오랜 경험으로 얻어진 옛 어른들의 값진 상식까지 우리가 무시해버리고 현재의 청사부지에다 신청사를 지어야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지 아니할 수 없다.

이번에 새로 신축하게 된 신청사는 해남군민의 안방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후세들에게 계속 대물림을 해줘야 하는 중요한 건물이기 때문에 해남군민 전체가 새로 짓는 신청사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 시군의 경우 대부분 외곽 지역에다 신청사를 지어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왜 우리 해남군만 똑 같은 자리를 택했는지, 그리고 우리 손으로 뽑은 군수가 세 번씩이나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야만 했던 그 장소를 고집했는지, 백번이고 천 번이고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신청사 부지가 확정되고 난 후 해남에 거주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신청사 부지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약 95%나 되는 사람들이 현재 청사 부지에다 새 청사를 지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결정은 아주 잘못된 결정이라고들 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신청사추진위원회 몇 사람들로 결정되어진 현 신청사부지는 다시 재고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불과 40여명에 이르는 신청사 추진위원들만으로 7만에 가까운 해남군민들을 대변(代辨)할 수 있는지, 그때 당시 신축부지 선정에 아무런 하자나 부정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지금의 여론으로 봐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신청사 문제는 분명 다시 재고돼야 할 것이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군청과장 몇 분께서 "지금은 신청사 부지를 재고할 때가 아니다. 토지 수용령까지 내려가지고 신축 부지를 취득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아니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남군의 무궁한 발전과 해남군민 모두에게 찾아오는 행복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

존경하는 해남 군수님, 해남군민 여러분. 지금이라도 신청사 부지를 새로 잡아 금시발복(今時發福)의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우리 해남군민 모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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