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본사 대표이사)

 
 

요즘 군청 뒤를 지나는 군민들은 즐비하던 상가와 집들이 사라진 땅을 보면서 이곳이 신청사 부지임을 실감하며 찬·반 의견을 주고 받는다. 객관적으로 조사된 자료는 없지만 반대의견이 많은 것 같다.

현 군청사는 50년이 지나 안전성과 협소한 공간 문제로 신축을 추진하게 됐다. 2014년 청사신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군민설문조사 등을 통해 2015년 6월에 현재의 터를 신청사 부지로 최종 결정해 오늘에 이르렀다. 설문조사 결과는 현부지 건설과 외곽 이전 비율이 54.63% 대 45.37%였다.

하나의 견해는 현청사 부지가 가지고 있는 오래된 역사성을 살려야 하며 외곽 이전시 군청 인근이 공동화(空洞化)된다는 우려를 표한다. 또한 신청사 건축 목적으로 매입한 후 용도변경으로 전 토지소유자들이 가지게 될 불만과 외곽이전 재검토는 너무 늦었다며 일관성 있는 방침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견해로는 현재도 군청 주변의 교통과 주차난이 복잡한데 신청사가 들어서면 교통란이 더욱 심각해진다며 접근 편의성을 걱정한다. 또한 현청사 부지에 작은 영화관을 짓고 음식거리를 만드는등 해남의 특색을 살린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고 앞으로 있을 행정구역 개편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다양한 견해는 민주주의사회에서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옳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서 모두 일리가 있고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해남군은 군수 취임 초기에 이 문제와 관련 군민들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과 대립으로 나아가면 역동적인 군정 수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서 공론화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문제일수록 멀리 내다보는 원칙적인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사견이지만 신청사 건축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공론조사를 제시하고 싶다. 공론조사는 과학적 여론조사에 토론이 결합된 방식으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숙의(熟議)민주주의 한 형태로서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재개 여부를 해결한 사례에서 볼 수 있다. 그 결과 원전 찬·반 세력들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및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없애는 효과를 가져왔다. 시민에게 정책결정권력을 주어 촛불정신을 숙의민주주의로 구현해 낸 결과였다.

해남군의 신청사 건축을 둘러싼 해남사회의 논쟁과 갈등을 그냥 덮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대표성을 가진 군민들이 참여하는 대화와 소통과 숙의를 거친 공론조사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여 사회적 비용도 줄인다. 군민들의 주인의식을 향상시켜 지방분권시대를 대비하는 훈련과 역량 강화도 가능하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위원회의 활동기간이 3개월 인 것을 볼 때 시간도 부족하지 않다.

이런 공론조사를 통해 신청사의 건축문제가 결정되면 새롭게 출발한 해남군정도 군민들의 참여와 화합속에 지방분권시대에 맞는 우리 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하는 선례가 되어 힘을 얻을 것이다.

이러한 공론조사가 필요하다면 시민·사회단체가 나서고 군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임무가 기본인 군의회가 앞장서야 한다. 이러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도 최종 결정권은 해남군에 있다. 우리 모두 깊이 성찰해야 할 중요한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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