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싣는 순서 |

1. 그 날 그 곳의 아픔을 기억하다
2. 멈춰버린 38년 그리고 68년
3. 역사의 현장에 서다 - 5·18현장의 역사와 현재
4. 역사의 현장에 서다 - 파도야 너는 아느냐, 갈매기섬의 한을
5. 나는 말하고 싶다 - 5·18 그 날의 진실을
6. 나는 말하고 싶다 - 68년동안 감춰온 아픔을
7. 진정한 치유의 출발점은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서부터

 

5·18 38주년과 6·25 68주년을 맞아 해남신문은 해남지역에서 발생한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이번 호에서는 마지막 편으로 전문가들을 통해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해남 5·18, 진상조사위의 직권조사 필요하다"

 
 

이 철 우(5·18기념재단 이사장)

지난 3월에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공포돼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행이 불과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직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촉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하반기 원 구성이 늦어졌고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가 맞물리며 위원회 구성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조사위원회 활동에도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그래서 5월 단체와 기념재단에서는 국회의장과 각 정당에 위원들을 즉각 위촉해줄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모처럼 특별법이 제정된 만큼 5·18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시대적 여망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광주에서는 민관이 서로 협력해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광주시에서는 5·18제보를 총괄하는 '통합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기념재단은 '고백과 증언센터'를 통해 민간차원에서 가해자들의 고백과 증언을 수집하고 있다. 이들 센터를 통해 들어온 모든 증언은 9월 출범하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로 넘겨져 진실을 밝힐 소중한 단초로 활용될 것이다.

80년 5월의 아픔은 광주만이 아니라 해남을 비롯한 전남 전 지역에 해당한다. 전남지역의 5·18 관련 인물과 장소에 대한 조사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해남 우슬재 사건은 그동안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대표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면 민관이 함께 이 부분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조사위원회의 직권조사도 가능한 문제다. 5·18은 해남·나주·화순·목포 등 전남 여러 지역에서 일어났지만 사적지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 지자체들이 개별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관리부실만이 아니라 사적지 안내와 체험학습, 교육, 추모사업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사적지 관리의 일원화가 필요하고 광주와 전남을 묶는 사적지 안내 및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에 있어 5·18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다. 전라남도는 물론 특히 해당 지자체에서 이를 역사문화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5·18민주화운동은 광주뿐만 아니라 전남, 해남의 소중한 역사이고 자산이다. 우리 지역의 소중한 역사를 기억하고 잘 가꿔나가야 한다. 특히 후세대를 위한 인권교육과 민주화운동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일상적인 체험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나서 이를 역사문화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피해자 가족들의 트라우마 치유도 중요하다"

 
 

오 수 성(광주트라우마센터 센터장)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피해자만 100만 명이 얘기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이 치명적이었고 이후 은폐와 조작마저 이뤄졌으며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고문과 관련된 사건의 경우 처벌된 경우가 있었지만 어느 한 사건도 윗선까지 제대로 책임자가 처벌된 적이 없다.

국가폭력은 특히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등 법과 질서라는 이름으로 자행됐고 좌익불순세력 용어를 쓰면서 일반 국민들을 침묵시켰다. 결국 국가폭력은 당시 상황에서 그치지 않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과거사 위원회가 있었지만 또 다른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피해조사를 신청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앞으로 특별법이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돼 추가신청이나 진상규명 등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100만 명이라고 하는데 그 유가족이 다 신청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따라서 개인적 보상도 필요하지만 위령탑 설치 등 집단 배상을 먼저 추진하는 방법도 요구되고 있다.

이 문제는 국가적 문제지만 지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만 바라보지 말고 지역에서 먼저 노력하고 추진하며 밑에서부터 운동이 일어나면 국가에서도 그 필요성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10여 년 전부터 연구를 해왔지만 국가폭력과 관련해 당사자와 가족들 상당수가 치유해야 할 정도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한국전쟁을 예로 들면 당사자가 1차 피해를 봤다면 그 가족들의 경우 2차적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빨갱이 가족이라고 낙인이 찍히며 누구한테 얘기할 수도 없었고 공동체에서 소외됐으며 대다수가 고향을 떠나 이사를 하게 됐다. 그리고 68년이 지났지만 그러한 트라우마는 지속되고 있고 치유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도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국가폭력 사건과 관련해 치유센터 운영을 국비로 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국가폭력의 가해자가 국가인 상황에서 가해자인 국가가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치유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국가가 스스로 가해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앞으로 이 문제도 잘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자체의 의지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 정 숙(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책임연구원)

국가폭력에 대한 사회적 성격을 넓게 봐야 한다. 국가폭력이라는 게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회정세 관계 속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규명이 필요하다. 그 인식 없이는 왜 계속 반복되고 재발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어려워진다.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는 해방 이후 문제만 보더라도 분단과 독재가 결합해 왔다. 국가폭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권력자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것을 은폐하고 진상규명을 할 수 없게 만들어왔다.

한국전쟁의 경우 이승만과 권력자들은 도망갔으면서 남아있으라고 했던 국민들 상당수를 이후 인민군을 도왔다는 부역자로 만들어 처벌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배상과 보상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가해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처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일반 시민들에게 진상을 알리고 이를 역사 교육화하는 것, 그리고 모두가 기억할 수 있는 기념시설 설치 등이 뒤따라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종합세트로 진행돼야 한다. 유엔이나 국제사회에서도 국가폭력에 의한 해결방안과 대응방안으로 모두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문제가 잘못 알려지고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피해자와 가족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돌아가게 된다. 힘 있는 자, 권력이 있는 자가 최고라는 잘못된 인식이 계속 쌓여가기 때문이다.

국가가 잘못해 피해를 본 분들, 국가와 나라를 위해 의로운 일을 했던 분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이분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공유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문제이다. 이분들에게는 아픈 역사이지만 우리에게는 소중한 역사이고 현재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단순히 피해자가 아닌 소중한 역사의 자산이고 또 중요한 일을 한 것이라는 자부심을 주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이분들을 모셔서 이야기를 듣고 이런 역사를 교육하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특히 이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모든 것을 세세하게 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지자체에서 해야 할 몫이 있고 의지가 뒷받침돼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자체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느끼는 공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지자체에서 이분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그 역사를 어떻게 보존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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