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3년째이지만 1학년을 맡아 담임을 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었다. 주변 사람들도 너는 저학년이 맞지 않을 것이라 했고, 나도 그리 생각했다. 무엇보다 무뚝뚝한 나의 표정이 활기차고 밝은 저학년 친구들을 맞이할 때 잘 지낼 수 있을 까하는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교직 초년생인 내가 저학년을 맡고 싶지 않다고 해서 언제까지 맡지 않을 수는 없고, 또 나의 무뚝뚝함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을 교사로서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끝에 결국 1학년을 지원했다.

입학식을 준비하면서부터 걱정이 앞섰다. 학생들은 어디까지 할 줄 알까하며, 첫 학교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적은 안내장, 나의 교사관, 생활지도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찾으며 한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면접 때 만난 한글 해득이 되지 않았던 아이들도 걱정거리였다.

입학식 날, 여자 선생님이라서 좋다고 내 손을 잡던 한 아이 덕인지 나도 새삼 웃게 되었다. 함께 놀이하며 활동하니 어린이집보다 좋다고 하던 학생들도 나를 뿌듯하게 했다.

하지만 학교 적응 시간도 잠시 본격적으로 한글을 가르치려 드니 눈앞이 캄캄했다. 글자 읽기에 자신감이 없어 그 시간에는 딴전을 피우는 아이, 친구들이나 내 말을 알아듣기는 한데 아직까지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아이, 자기 소개 시간에 '난 누구누구 올시다. 우리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라며 의젓하게 소개하던 아이는 틈만 나면 사방을 뛰어다니며 교실 바닥에 눕기 일쑤였다. 아이들은 8명이었지만 모두 제각각의 다른 세상이었다.

어르기도 달래기도 칭찬도 해 보았다. 약속을 하고 과자의 달콤함으로 꾀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잠시 뿐이었다. 결국은 내가 한발 물러섰다. 한글 공부는 조금씩만 하되 함께 놀아주는 것, 어느 정도의 장난은 인정하되 친구들을 다치게만 하지 않도록 지도했다. 그러자 공부에 주눅 든 모습보다는 점차 활기가 넘치기 시작한 것이 눈에 보였다.

우리 일학년 아이들은 순수하고 맑다. 내가 조금의 빈틈만 보이면 옆에 와서 볼을 문대거나 손을 잡는다. 물론 친구를 배려하는 태도가 부족하지만, 당연한 일학년의 특성이니까. 나의 많은 질서와 규칙들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항상 염려스럽지만, 이렇게라도 학생들이 바른 학교생활을 해 나갔으면 하는 기대를 갖는다.

한 학기 동안 1학년 교사로서 부족함이 많다. 방학을 지내고 오면 우리 둥이들은 어떻게 변해갈까? 나는 그들을 만나 또 어떻게 교사로서 용감하게 살아갈까, 올 여름 여름방학에는 학급교육과정 운영 연수를 신청해 두었다. 방학 동안 우리 둥이들과 내가 어떻게 변해서 만날까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2학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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