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 없는 순창에 정착
지역문화 만들어 나가

▲ 순창 금산여관에 위치한 방랑싸롱은 지역민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금산여관과 방랑싸롱을 배경으로 진행된 재즈페스티벌 보보순창은 많은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했다.
▲ 순창 금산여관에 위치한 방랑싸롱은 지역민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금산여관과 방랑싸롱을 배경으로 진행된 재즈페스티벌 보보순창은 많은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했다.
 
 

| 싣는 순서|

1. 청춘이 빛나는 공간, 동네줌인
2.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청년들, 꿈틀
3. 폐가에서 지역명소로, 방랑싸롱
4. 청년들의 소통의 장, 우깨
5. 평범한 청춘의 평범하지 않은 행보, 청춘연구소
6. 불편하지만 청년들의 도전 빛난 너멍굴영화제
7. 해남의 청년 문화 어떤 걸 준비해야하나

여행객들 사이에는 유명한 게스트하우스인 순창의 금산여관에는 방 하나를 개조해 만든 커피가게 '방랑싸롱'이 있다. 장재영(43)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방랑싸롱은 지역민과 여행객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지역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2년 전까지 순창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여행사에서 근무하며 전 세계를 다니며 살았었다. 그러다 휴식을 갖기 위해 지난 2016년 6월 홀로 떠난 여행에서 순창의 금산여관에 들르게 됐고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금산여관은 순창의 제1호 여관으로 80여년의 역사가 있지만 한동안 폐가로 있던 것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해 국내 여행객들 사이에는 유명한 곳이다. 장 대표도 여행 중에 금산여관에 들렀고 당시에 손님도 없고 조용했던 금산여관에서 일주일간 머무르게 되면서 지난 2016년 9월에 방랑싸롱이 문을 열었다.

6명이 앉으면 꽉 차는 좁은 공간이지만 장 대표가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다양한 장식품들이 장식되고 점차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여행객은 물론 지역민들도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방랑싸롱 운영이 안정되기 시작하자 순창에 정착하면서 구상했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장 대표는 "순창하면 대부분 고추장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어 이곳이라면 내가 생각한 것들을 하나씩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수익에 대한 기대는 없이 굶어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순창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순창에서 어떤 것을 먼저 해볼까 고민하다 시작된 것이 재즈 페스티벌이었다. 장소는 방랑싸롱과 금산여관이었고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재즈를 선택했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재즈 페스티벌의 이름은 보보순창, 여행객들끼리 즐거운 여행 되세요라고 주고받는 인사말인 본보야지(BOn VO yage)에서 따왔다. 재즈를 연주할 사람들을 섭외하고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 티켓을 판매하기로 했다. 음료 포함 하루에 1만원이었던 티켓은 2박 3일 동안 300장이 팔렸다. 저녁에는 재즈음악을 즐기고 낮에는 여행작가의 강연, 지역의 소상공인과 농업인을 비롯해 여행객이 함께하는 벼룩시장도 열렸다. 즐길 거리에 목말랐던 지역민의 참여도 있었지만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참여도 컸다.

지난해 5월에 처음 열린 재즈 페스티벌 보보순창은 장 대표가 생각해왔던 것을 확신하게 된 계기가 됐다.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으면 사람들은 찾아오고 모이게 된다는 것이다.

외부의 도움 없이 진행됐던 첫 번째 보보순창 기간 동안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직원이 우연히 들러 다음 행사에는 재단에서 지원해 줄 것을 약속했고 행자부의 한국지역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지난해 10월 두 번째 보보순창을 준비하게 됐다. 여행분야의 팟케스트로 유명한 '탁PD의 여행수다'의 공개방송이 진행돼 500명이 순창을 찾았다. 금산여관에서 숙박인원을 다 받을 수 없어 인근 게스트하우스 등을 섭외해 우여곡절 끝에 10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순창에 머물다 갔다.

보보순창은 외지인들을 끌어들이는 것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다. 지역내에서 음악을 하는 지역민들이 무대에 오르고 소상공인과 농업인들은 자신의 물건을 판매할 수 있고 관광객들은 지역에 건전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보보순창의 모티브는 장 대표가 여행 중에 들른 일본 오사카의 북쪽 다카쓰키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이었다. 고베와 오사카, 교토 등의 대도시 사이에 있는 작은 도지이지만 교회, 학교, 운동장 등 지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재즈 페스티벌에 매년 20만명 이상이 찾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장 대표는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오는 9월 이후에 3번째 보보순창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장소를 금산여관에서 순창읍 구석구석으로 넓혀 군청 앞마당과 학교 운동장을 비롯해 골목 곳곳에 있는 카페, 빵집 등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며 지역민들의 참여를 더욱 유도하고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재즈 페스티벌에 그치지 않고 지역 청년들 역량강화에 나서면서 함께 지역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인구 3만이 채 안 되는 순창에 자꾸만 청년들이 사라지고 지역에 청년이 없다고 하는데 장 대표는 방랑싸롱을 운영하며 지역 청년들을 많이 봤다. 서로 교류가 없고 고령화된 농촌에서 청년들이 쉽게 나설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청년들의 활동은 더욱 움츠러들고 있었다.

청년들과 무엇인가 해보고 싶지만 다들 생업에 바쁘고 관심이 크게 없어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비영리단체인 '보보문화관광연구소'를 만들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청년들과 지역민들을 위한 교육을 열고 타 기관에서 하는 교육도 함께 받으며 역량강화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전주 시민미디어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모여 순창FM를 시작했다. 순창의 이야기를 담아 기록해나가는 수단이 생겼고 지역민이 소통하는 공간도 됐다.

지난 5일에는 순창의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보고 타 지역의 청년들을 초청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청년허브 컨퍼런스를 열었다. 타 지역에서 청년문화나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청년들과의 교류를 통해 순창의 청년들의 역량강화와 지역을 바라보는 눈이 커지길 바라는 마음에 행사를 준비했다. 또 청소년들을 위해 섬진강변을 따라 진행되는 독서캠프도 열어 지역의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한국을 떠나 살고 싶었던 적도 있고 실제로 해외에서 거주하며 한국을 떠나 있던 방랑자로서의 삶을 살던 장 대표는 순창에 정착하면서 모든 일이 잘되고 있어 순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방랑싸롱 자리를 옮겨 공연, 벼룩시장 등이 상시로 열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꿈을 꾸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을 거점으로 지역민들이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이를 함께 즐기기 위해서 관광객들이 찾아와 건전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 인터뷰 | 장재영(방랑싸롱 대표)

"지역 청년들 시야를 넓히며 역량 키워야"

 
 

연고도 없는 지역에 정착한 장 대표는 세계를 돌며 보고 느끼며 생각한 아이디어를 지역에 녹여내면서 순창군에 없던 활기를 불러오고 있다.

장 대표는 세계를 떠돌던 방랑자에서 지역의 문화를 만들며 청년들의 멘토역할까지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자신이 시작한 것들이 안정적으로 되면 지역민들이 맡아서 할 수 있도록 넘기고 또 다른 것을 계속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 타지에서 온 사람이 지역에서 활동하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을 텐데.

순창에 왔을 때 드래그 머리를 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니 지역민들에게는 외계인처럼 보였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처음부터 혼자 힘으로 모든 일을 시작했었고 주변의 눈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기도 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한번은 청년들이 모여서 청년문화도 만들고 고민도 나누며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 자리를 만들었는데 그 시기가 지난번 지방선거 전이어서 선거조직을 만드는 것이냐는 오해를 받아 해산할 수밖에 없었던 일은 있었다.

- 지역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지역 내에서 역량을 가진 청년들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년들의 시야를 넓혀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알 수 있도록 해 역량을 키워야한다. 도시의 청년들보다 경험과 시야가 좁다고 느껴 최근 청년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활동에 나선 것도 그 이유다. 청년들이 함께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실행하면 그것이 문화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청년이나 지역민이 재미있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는 힘을 갖게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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