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파산도시 유바리의 고뇌와 역설
3. 올바른 리더십과 잘못된 정책에 대한 견제가 핵심요소
배충진 기자  |  cj-bae@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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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0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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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어있는 아파트와 폐교 너머 산등성이에 스키장이 보인다. 유바리는 관광산업 인프라에 무리한 투자로 재정위기에 봉착했다.
   
▲ 10년 전 유바리 판타스틱 영화제 행사장이었던 시민회관도 지금은 문닫은 채 방치되어 있다.
   
 

| 싣는 순서 | 

1_ 유바리의 우울한 현실
2_ 재정파탄의 최대 피해자는 시민
3_ 유바리 날개없는 추락 원인
4_ 관광은 하드웨어가 아닌 스토리텔링
5_ 지역의료와 복지 - 유바리모델의 진실
6_ 지역에 희망은 있는가 - 지역재생의 길
7_ 유바리의 교훈과 우리의 과제

한때는 유바리시를 2개로 분할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1960년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백화점도 있었다. 백화점 주변에는 음식점과 술집이 30여개 넘었고 백화점이 세일을 하면 길이 막힐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유바리시가 파산상태에 빠지게 될 정도로 날개없는 추락에는 몇 가지의 요소가 있었다.

1. 통제되지 않은 자치권력의 무모함

나까다데쓰지(中田鐵治) 시장이 1979년부터 2003년 까지 24년간 유바리시장으로 재직하면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면서 방만한 재정운용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유바리시 공무원 출신인 시장은 "지자체는 도산하지 않는다. 차입금은 결국 국가가 책임진다" 거나 "앉아서 돈이 없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 사업을 해야 정치가로서 자격이 있다", "머리를 굴려 국가로부터 돈을 빼내야 한다"는 국가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생각했다. 전문기업도 성공하기 힘든 관광사업에 뛰어들어 엄청난 부채를 지고도 이를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사업을 벌이는 악순환이 거듭되었다. 시장은 분식회계를 통해 실상을 감추었고 공무원들과 시의원들은 재정상태가 극히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방관했다. 1당인 자민당이 점유한 지방의회는 감시견제 기능보다는 거수기역할로 집행부에 동조했다.

누구로부터 통제나 견제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방만함이 유바리 비극의 단초기 되었다.

2. 무리한 관광투자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미명아래 재정이 열악함에도 사업타당성을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 관광진흥을 목적으로 테마파크인 '석탄역사촌' 과 스키장, 콘도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표 참조>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로 대표되는 이벤트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중장기 적으로 수익발생이 불가능한 사업은 운영을 중지하고 정리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 하는 선택이었음에도 유바리시는 적자누적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관광산업을 확대하는 오류를 범하면서 재정파탄을 불러왔다.

3. 주민자치역량의 미비

주민들은 유바리시의 번지르르한 외형부풀리기에 현혹되어 24년간이나 한사람을 시장으로 지지했다. 1990년대부터 재정위기는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특별회계, 지방공사, 출자회사를 통해 빚 돌려막기를 하면서 재정상태가 건전한 것처럼 위장해온 시정에 대해 주민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세금과 공공요금이 대폭 인상된 것에 비해 공공서비스 수준은 크게 낮아졌고 쓰레기 처리 수수료, 온천이용료 등의 부담이 새로 생겼다. 도서관·시민회관도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 6개를 1개로, 중학교 3개를 1개로 통폐합했고, 종합병원도 진료소로 낮춰 민간에 이관하여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서 부담은 가장 높고 서비스 수준은 가장 낮은 자지단체가 되어 주민 삶의 질은 크게 낮아졌다. 방만한 행정, 인기에 영합한 과다한 행사, 무분별한 투자 등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주민들의 무관심은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의 고통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일본 유바리시 사례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4. 중앙정부 지원감소·지자체 자립 능력 부족

일본은 2001년 고이즈미 정권이 국가채무 전방위적 구조개혁에 나서면서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가 삭감되었다. 이 시점에서 유바리의 재정난은 더욱 가중되었다.

유바리시는 사업을 예산에 먼저 반영한 후 광역자치단체와 중앙정부에 협상과 로비를 통해 재정지원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중앙정부의 지원여부에 따라 사업의 존폐가 결정되고 시장 개인역량에 의해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한계점을 노출했다.

유바리의 파산사태는 '탄광에서 관광으로' 정책이 추진될 때 장기적 계획이나 비전 없이 무리한 투자를 했고 부채가 쌓이고 추진사업에 경고등이 들어 왔지만 아무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정치인들은 장밋빛 공약과 외형으로 표를 얻기에 정신이 없었고, 공무원들은 인사권을 쥔 시장 앞에서 바른 말을 하지 못했다. 토건회사들은 건축토목공사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 주민들 역시 탄광에서 관광으로 바뀌면서 고용이 유지된다는 단기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 지역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부족했다.

올바른 리더쉽과 정책추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중요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고 책임을 방기한 결과는 혹독했다.

지역의 현재를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을 통해 지역미래 비전을 설정하고 공유해 나가는 것은 생존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 유바리에서 만난 사람들 |

   
 

유바리시 보건복지과장  히라츠카고이치(平塚浩一)

유바리시청에서 만난 히라츠카 과장은 유바리시가 당면한 가장 큰 애로사항을 인구감소와 일자리 부족으로 꼽았다.

석탄산업이 붕괴하면서 현재 지역산업은 메론재배가 가장 중요한 산업이지만 메론 농사도 후계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한방약이나 건강식품, 정밀기계 관련 기업유치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내 호텔 2군데가 중국자본에 넘어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저가항공을 이용해 홋카이도에 오는 중국이나 동남아 외국관광객들이 관광을 마치고 마지막 날 유바리에서 1박후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지역의 가장큰 문제점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복지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 개호보험은 지자체가 관할하고 비용도 12.5%를 부담하는데 노인인구는 늘어나고 젊은세대는 줄어들어 유바리 시는 개호 보험료가 머지않아 월 1만엔을 넘어설 전망으로 주민부담과 재정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국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보건복지부가 관할하고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으로 운영된다는 설명에 "열악한 유바리시나 농어촌 지자체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제도가 훨씬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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