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귀농·귀촌인 주축돼 시작
용산오일장·주말 겹치는 날 열려

▲ 소박함이 매력인 마실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종자를 판매하고 있다.
▲ 소박함이 매력인 마실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종자를 판매하고 있다.
▲ 장꾼들은 마실장이 끝낼 때면 함께 점심상을 차리고 한 끼를 나눈다.
▲ 장꾼들은 마실장이 끝낼 때면 함께 점심상을 차리고 한 끼를 나눈다.
▲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마실장.
▲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마실장.
▲ 장꾼들이 직접 기르고 만든 물품에는 정성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 장꾼들이 직접 기르고 만든 물품에는 정성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 싣는 순서 |

1회_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해남 모실장 
2회_ 신개념 문화장터 우리 손으로 만듭니다
3회_ 즐겁게 놀고 시도하자, 믿음 나누는 콩장
4회_ 도시농부와 청년 창작자 힘 합쳤다
5회_ 반짝반짝 상생의 아름다움 벨롱장
6회_ 이주민과 토박이의 어울림 따뜻한 마켓 

장흥 마실장은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장, 개인의 욕심보다 공유하는 삶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장이다. 지난 2013년 4월 처음으로 시작된 마실장은 이 곳 장흥에서 귀농·귀촌한 주민들이 장꾼이 되어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장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에서 탄생했다. 서울에서 귀촌한 김승남 씨의 제안이었다. 당시 김승남 씨를 비롯한 일부 주민들은 장흥마을신문을 창간하기 위한 활동을 하던 중이었다.

그 때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마르쉐를 알게 돼 새로운 형태의 '장'에 관심이 컸던 데다 인근 지역인 해남에서 2013년 3월 단기성으로 새싹 마르쉐가 열려 자극제가 됐다. 김승남 씨는 김정옥·윤용신 씨 샛골마을작목반과 함께 힘을 모아 장꾼들을 섭외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장흥읍 송산마을 고택 '오래된숲'에서 첫 장을 열었다.

3차례 장을 열고 난 뒤, 그 해 8월부터는 용산면 오일장이 열리던 용산시장 자리로 장소를 옮겼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장터였지만 비가림 시설이 있어 마실장 장소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마실장은 용산시장이 열리는 매달 1일과 6일자에 주말이 겹치는 날 열린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는데, 앞으로는 오후 1시까지 늘려볼 계획이라고 한다. 판매되는 물품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계절별로 나는 각종 채소와 유기농 쌀, 달걀 등 건강한 농산물을 비롯해 손뜨개 수공예품 등 다채로운 물품을 선보인다. 장꾼들이 직접 만든 떡볶이, 부꾸미, 손두부, 베이커리, 음료도 판매되는데 3개월 전부터는 태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파잔다 씨도 참여해 태국 고유의 음식을 만들어 인기를 얻고 있다. 때로는 음악이 더해진 작은 공연을 마련해 즐기는 재미도 더한다.

마실장은 지역 농민들이 직접 채취하거나 만들어낸 소량의 농산물을 서로 팔고 살 수 있는, 소규모 농민시장의 기능을 구현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용산면 주민들 네트워크 속에서 경제가 순환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경제적 자립과 서로를 잡아주는 울타리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겸하는 곳이 마실장이다.

마실장 김유리 전 총무도우미는 "우리끼리 즐겁고 재밌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진행했다. 마실장이 5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장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크다"며 "농사일이나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어깨에 힘을 빼고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와 삶을 나누는 회복의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실장에 참여하는 장꾼들은 시골에도 자신의 집과 직장, 두 공간을 벗어나 숨돌릴 수 있는 '제3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쉬러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아 타 지역으로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귀농·귀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 스스로의 상황에 매몰될 경우 오랜 기간 터를 잡고 살기가 더욱 힘들어질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인지 초기에는 주로 귀농·귀촌인이 많았는데, 지금은 동네 주민들도 어우러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장꾼들은 마실장이 끝나면 시장 내에서 밥을 짓고 준비해온 반찬들을 꺼내어 함께 점심을 먹는다. 한솥 밥을 먹는 식구, 이들에게 마실장이란 가족과 같은 존재다. 회복과 치유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기에 가능하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더 서로의 도전과 시도에 용기를 주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려 한다.

마실장 조옥희 전 총무는 "옛날부터 장은 살 게 없어도 나와서 사람 구경하는 공간으로 이어져왔다"며 "마실장은 그동안 보던 사람과도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평소에 아는 모습의 인물이 숨겨진 재능을 장에서 펼치는 모습을 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앞으로도 마실장이 각자의 재능이 펼쳐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모습을 보여주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명맥이 끊겨가던 용산 오일장을 귀농·귀촌인이 힘을 모아 다시 이어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장흥군에서도 마실장의 가치를 높게 보고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해 명품 시장으로 개발한다는 목적을 갖고 용산시상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유리 전 총무도우미는 "마실장의 최대 강점은 커뮤니티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마음을 둘 곳이 있는가가 중요하고, 또 여기에서 만난 사람들 간에 배움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 일반적인 장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다"고 말했다.

<영상 보기> https://youtu.be/5K8aldlmfl4

 

 
 

20억 들이는 시설 현대화사업… 공공인프라 역할 필요

주민 쉼터, 놀이터 역할 필요

마실장 장꾼들이 침체된 용산시장 위치에서 장을 열고 이를 활성화하자 장흥군에서는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해 고객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전통시장을 특성화 운영해 지역 명품시장으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2016년 2월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 공모를 신청했다.

용산시장은 지난 2004년 조성됐으며 대지면적은 3103㎡, 장옥은 240㎡ 규모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인해 기존 전통시장 상인은 수산물 상인 1명만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장흥군은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마실장 장꾼들과 여러 차례 사전 회의와 논의를 가졌지만 마실장 장꾼들이 원하는 방향과 장흥군이 추진코자 하는 방향이 달라 2년 간 조율 시기를 거쳐야 했다.

장꾼들은 현대화 사업에 20억이라는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만큼 오랜 기간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연과의 어우러짐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실장의 특성을 살리는 공간이어야 하고, 장이 열리지 않을 때에는 도서관이나 카페 등 문화시설이 전무한 용산면에서 주민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인프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흥군에서는 노후화된 전통시장 시설을 현대화하는 사업이라는 점에 집중하고 있어 '생활문화장터'에 대한 인식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용산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이 앞으로의 마실장 운영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건축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큰 기존 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의 틀을 얼마만큼 벗어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장흥군 용산면사무소 2층에서 용산시장 시설 현대화사업 추진을 두고 간담회가 열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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