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본 북해도(北海道)에 소재하고 있는 파산도시로 유명한 유바리(夕張)에 다녀왔다.

마침 수요일 저녁 시민연수센터에서 1년에 2회 열리는 '시장과의 후레아이토크(시정간담회)'가 있어서 전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37세의 젊은 시장은 지역 현안문제와 금년도 추진계획, 그리고 2017년도 실적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본래 도쿄도청의 하위직 공무원으로 2008년 353억엔의 빚더미속에 파산한 유바리시를 지원하기 위한 파견근무로 인연을 맺었다. 1년 파견기간을 자원해서 1년을 더 연장해 2년간 파견근무를 마치고 도쿄로 복귀했지만 그동안 지역을 위한 그의 헌신에 감동한 유바리 주민들의 요청으로 유바리 시장선거에 출마했다.

2011년에 30세 최연소시장이 되어 재선중인 스즈끼 나오미치(鈴木直道) 시장을 간담회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참석자가 주로 나이든 어르신이었지만 눈높이에 맞추어 두 시간여 동안 설명과 질문이 이어졌다. 앞줄에 앉으셨던 어르신들은 연신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어르신들은 시장을 마치 손자처럼 생각하며 시정에 협력하는 응원군 이라고 했다. 그날 간담회를 보고 느낀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 권위적인 모습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시장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철도노선 폐지 등 사는 지역과 형편에 따라 이해관계가 걸린 중요한 이슈 였지만 주민들은 설명과 향후 계획에 대해 상당수가 공감을 표시했다.

둘째, 지역문제에 대해 시장 스스로 충분히 이해한 후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시장이 평소 주민 일상과 지역상황을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안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의료환경 구축을 위해 벽지나 과소지를 지원하는 사회의료법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문진료과목을 충실하게 구축해 나가겠다는 계획과 지역미래를 위해 보육시설의 정비와 도시파산 이후 다 폐교되고 하나씩 밖에 남지 않은 초·중·고등학교의 학습환경 개선을 위한 현실적 방안을 제시했다.

셋째, 아직도 210억엔이 넘는 빚을 갚기 위해서는 2027년 까지 10년은 더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만 미래 비전과 포부를 밝히는 개척자정신이 돋보였다. '제로에서 일본제일'을 목표로 황벽나무를 2020년도 까지 2만2000주를 심어서 약목단지를 조성해 꿀을 생산하고, 화이트 글로버 육성시험에도 들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했다. 석탄으로 흥한 유바리는 무리한 관광투자로 추락했지만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지하 850m 탄층까지 시추해 메탄가스를 발견하고 가스생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가스매장량이 예상보다 많지 않아 상용화는 못해 죄송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바리는 파산 이후 10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서서히 지역재생의 길이 보이는 상황으로 보였다.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어 지금보다는 미래가 훨씬 나을 것이라는 희망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젊은 시장이 파산해 절망이었던 지역에 활력과 희망을 불어 넣고 있었다. 우리도 이번엔 이런 군수, 군의원를 뽑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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