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란(사회복지사)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명명하며 갖가지 행사들이 수북한 날들이었다. 각각 의미 있는 날들로 무엇 하나 소중한 날이 아닐 수 없지만, 과연 나는 오월을 어떻게 보냈을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니 병상에 누워 계시는 어머니 모습이 아른거린다. 식사는 거르지 않고 잡수셨을까? 반찬은 입에 맞았을까? 잠자리는 편안하셨을까?

며칠 만에 겨우 시간을 내 찾아뵙겠다 말씀드리자 괜찮다며 절대 오지 말라 하셨던 어머니. 우리 육 남매는 날마다 어머니의 근황을 단체 카톡으로 회의하듯 서로에게 알리며 어머니의 강한 부정은 항상 강한 긍정으로 받아들일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한사코 오지 말라는 말씀에 알겠다고 말씀드린 후,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음식을 만들어 어머니의 병실에서 만났다.

무공해로 키우신다며 아침이면 텃밭의 상추에 물을 주고 적당한 크기가 되기만을 기다려 한 뼘 자란 부추와 울타리에 심어 두었던 두릅을 따서 도회지에 있는 자식에게 붙여주곤 하셨는데 병상에 누워계셔야 한다니 아픔은 뒤로하고 얼른 일어나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신다.

미수를 맞는 어머니가 텃밭을 일구다 쓰러지셨던 날이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괜찮다며 한사코 병원을 가지 않겠다 하시는 것을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하여 겨우 병원으로 모시게 되었는데 병원에 오신지 일주일, 콩밭에 비닐 망을 씌워놔야 새순이 올라오는 것을 새들이 먹지 않는다며 일감을 일러 주신다. 또 하룻밤을 자고 나니 깨밭에 잡풀이 많이 올라왔을 것이니 풀을 뽑아야 한다며 병실에서 농사짓는 일에 매진하고 계시니 쉽게 마음을 접지 못하신다.

어쩜 어머니의 행복을 빼앗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농사를 짓는 모든 부모님이 그러하듯이 평생을 농사만 지어오신 어머니는 칠십 세가 넘도록 자식들 몰래 경운기를 끌다 들키는 바람에 억지로 경운기를 팔아버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백세까지 사셔야 한다고 말씀드리자 "그런 말 하지 말어라. 그렇게 많이 살아서 므단다냐~ 나는 그렇게 안 살란다"하셔서 "엄마, 백세까지 십 이년 밖에 안 남았어요" 라고 말씀드리자 살아온 날의 숫자만 많다 여기셨던지 징그럽다 하시더니만 남은 시간을 샘하자 얼마 되지 않는구나 하시며 백세까지 살겠다고 웃으며 약속하셨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자꾸만 넘어지려 하시니 어머니를 생각하면 자꾸만 눈물이 난다.

6월이 되면 어머니의 생신이 돌아온다. 88세의 생신을 맞게 되는 날에는 육남매는 좋아하시는 음식을 만들고 공로상을 만들어 상금은 각자 마련하여 표창하기로 어머니 모르게 약속했다. 어머니 품속 같은 초록이 넘실거리는 들녘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평안하시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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