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고 고립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고립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혼밥, 혼술, 혼행 등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나타나고 있다.

근원적 존재로부터 혼자일 수밖에 없는 운명적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마음속에는 고독함과 쓸쓸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에 인간은 사회적이고 사교적인 동물일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다른 것과 관계 맺기를 열망한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고독에 익숙해져야 하고 지혜의 힘으로 살아가야할 시기인 중노년기에는 고독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시인 보들레르는 "고독은 사람에게 해롭기는 커녕 혼자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고독이란 단순히 홀로 외롭게 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 홀로 존재하는 시간을 만끽하는 것이다. 종종 혼자라고 느끼는 고독은 깊이 있는 명상이나 인격 형성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기관리에 철저하면서 고독함을 즐기는 것을 옛사람들은 신독(愼獨)이라고 했다.

나이 들어가면 많은 것을 잃게 되는 '상실의 시대'이지만 고독만큼은 떠나지 않고 끝날때까지 같이 가게 될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외로움(loneliness)'은 '홀로 있는 괴로움'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인 반면 '고독(solitude)'은 '홀로 있는 영광'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라고 말했다. 홀로 사는 사람이 고독할 수는 있어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고독에는 관계가 따르지만 고립은 관계가 단절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50~60대의 '고독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고립사'이다. IMF 이후 자발적인 고립이 아닌 타인과 사회구조 속에서 강요된 격리되고 소외된 삶을 살던 사람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경제활동이 어려워지고 건강이 나빠지면서 고립된 섬처럼 살다가 홀로 고립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유형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20세기 초 스웨덴·네덜란드·덴마크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 콜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이다. 비혈연 관계의 개인이 모여 '또 하나의 가족'을 구성하는 아이디어로 고독감을 극복하고 가족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자녀 교육과 간병 등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등장한 공동주택이다.

고령화가 심화된 일본에서도 '거주는 독립적으로 하되 일상 생활의 일부분은 함께' 하는 '따로 또 같이' 라는 새로운 주거 방식으로 콜렉티브 하우스가 1995년 한신대지진 이후 등장해서 재해로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가야 하는 노인들의 생활 재건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확산되고 있다. 콜렉티브 하우스는 전체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와 달리 공동체 속에서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이웃 간 정(情)과 유대를 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개인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사회와 통합된 행복한 삶을 살려면 이웃, 지역사회와 교류가 필요하다. 세상과 등지고 홀로 틀어박히거나 도피가 아닌 어울림 속에서 고독한 자신과 번잡한 인간관계간의 균형점을 잘 찾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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