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해남공고 교사)

 
 

권력은 한정된 기회나 자원을 배분하는 힘, 혹은 칼 같은 것이야. 그런데 권력을 맡겨 놓으니 배분의 칼자루를 쥔 사람들이 다 부패해서 공동체를 이끌기는커녕 사리사욕만 채우고 말았지.

분노한 사람들은 이들을 몰아내고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들에게 새롭게 권력을 맡겼지만 웬일! 그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더니 다시 썩어버리고 말았어. 기막힌 사람들은 인간들을 믿을 수 없어서 하늘나라에서 천사들만 수입해서 권력을 맡기기로 했어. 그런데 이 천사들마저 부정부패를 일삼고 말았어.

'권력'이란 생각 없이 쓰다보면 그 맛에 취해버린다는 것을,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기 쉬운 존재라는 것을, 누구든지 권력을 쥐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패하고 썩고 편향되고 만다는 것을 사람들은 차츰 알게 되었어. 고심을 거듭한 사람들이 찾아낸 방법은 권력을 쪼개어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게 만드는 거였어. 그게 바로 민주주의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야.

지방선거는 다가오지만 사람들은 크게 관심이 없다. 세 명의 군수가 부패로 쇠고랑을 찬 것에, 군정공백으로 이 년여를 보낸데 대해 군민들은 분노하고 한탄한다. 하지만 새 군수를 뽑아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고, 늘 좋은 공약 내세우면서 청렴하겠노라 다짐하는 그들은 이명박의 논법대로 '선거 때야 무슨 말을 못해' 하며 속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니 군민들이 무슨 흥이 나겠는가.

군민들은 군수 권력을 감시견제하라고 의회를 만들어 놓았더니 그간 의회가 군수의 거수기 역할이나 한 거라고, 의회가 군수의 비서실이었다고까지 말한다. 그들이 한마디 반성이나 참회도 없이, 일부는 표가 되리라 생각하는 당으로 슬쩍 옷만 갈아입고서 다시 또 군수에, 의원에 출마한다. 너무나 뻔뻔하지 않은가. 감시 견제는 고사하고 거의 공범이라고 할 만한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 다시 권력의 자리에 앉겠다니.

그들의 출마가 진실한 것이 되려면 최소한의 반성과 참회가 먼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해남이, 전라도가 낙후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지방자치를 끌어갈 권력집단을 견제감시할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한데서 찾아야 한다.

지난 수 십년 간 독재정권에 시달린 사람들은 정말이지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보기 싫어도 참고, 억울해도 먼저 민주주의를 살려야 한다고 죽어라 야당만 밀어주었다.

그러다보니 전라도에선 야당이 여당이 되었고,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 이라는 기형적인 선거가 이어졌다. 그 결과 만들어진 일방적 권력집단은 감시견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해남의 결과는 그중에서도 가장 참담하다.

이건 해남의 누구라도 인정하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권력은 부패했다. 그런 권력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고 옛사람들은 말했다.

해남 사람 누구나 부정부패자를 욕하지만 욕으로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군수와 의회가 견제감시하고, 의회도 여러 세력이 힘을 나누어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게 가장 먼저고 중요한 일이다.

군공항 이전을 막는 일, 무작정 토목공사 벌리는 것을 막는 일, 해남의 농정을 살리는 일, 급하고 중요한 일이 산더미 같이 많다. 그러나 권력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더 시급하다. 그 구조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다른 일들은 저절로 상식선에서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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