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읍 84세 김금수 어르신
40년째 빠짐없이 일기 작성

▲ 김금수 어르신은 손녀를 위해 매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편지를 부친다.
▲ 김금수 어르신은 손녀를 위해 매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편지를 부친다.

해남읍 김금수(84) 어르신은 7년 동안 매월 한 번씩 손녀 김혜량(14) 양에게 편지를 부친다. 컴퓨터로 정성스레 타이핑한 편지에는 건강관리부터 행복한 삶에 대한 조언, 축하 메시지까지 손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와 사랑으로 가득하다. IT 기기가 발달하면서 편지 대신 문자나 카카오톡을 주고받고 서로의 안부는 SNS로 확인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이들의 편지에는 첨단 문명을 뛰어넘는 따뜻함이 있다.

김 어르신이 처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은 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막내아들의 첫째 딸인 혜량 양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고로 엄마를 잃었다.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하는 손녀가 늘 안타까웠던 김 어르신은 할아버지로서 애정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펜을 들어 편지를 쓰기로 했다. 청소년 인성교육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손녀를 사람답게 키우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손녀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결심한 때부터 7년 동안 매월 1통씩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편지를 써왔다. 애정을 듬뿍 담아 손녀를 격려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 오히려 편지 쓰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편지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계절마다, 상황마다 다른 내용을 담아 내고자 책과 인터넷에서 만난 좋은 글귀와 이야기들을 스크랩하는 수고도 거르지 않는다. 몇 년간 노트에 모아온 이야기들을 살펴보며 어떤 내용으로 편지를 쓸까 고민하는 것이 김 어르신의 즐거움 중 하나다.

편지를 쓰기 시작한 후 4년여간은 손편지를 썼지만, 3년 전부터는 컴퓨터 타이핑으로 써서 편지를 부친다. 최근에는 기존의 내용과 중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용도 저장해둔다. 활자 하나하나에는 김 어르신의 진심이 깃들어있다. 사랑하는 손녀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 어르신은 "할아버지의 편지가 손녀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해서 매번 답장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답장은 1년에 두 번 오고, 전화 통화는 매월 하지요. 우리 손녀는 내가 보낸 편지를 받으면 자기 일기장에 소중히 붙여놓는다고 해요. 그럴때면 참 기쁩니다"

김 어르신이 7년 동안 꼬박꼬박 편지를 쓸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생활습관의 영향이 크다. 40여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오고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 해남완도지사에서 근무했던 김 어르신은 지난 1980년 과장으로 진급하면서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문서기안의 책임자가 되면서 문장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해 일기 쓰기를 시작했는데, 습관이 되어야한다는 다짐을 갖고 꾸준히 써내려왔다. 처음에는 200~300자 내용에 그쳤지만, 쓰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지금은 큰 노트에 최소 1페이지를 작성하고 있다. 일기를 쓰는데에 걸리는 시간만 해도 1시간 가량이지만 그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고 한다.

특히 일기를 쓰기 전에는 기도를 올린다. 종교는 없지만 조상님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아이들을 잘 보살펴달라는 마음을 담는, 김 어르신만의 의식이다.

늘 배우는 자세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김 어르신은 지난 1997년 퇴직 후 삼호학당을 설립하며 총무로 활동했고 노인대학 학장도 지냈으며, 지금은 삼호학당 학장을 맡고 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편지쓰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 어르신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혜량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쭉 편지를 쓸거예요. 그 이후에는 지금 4살인 손자 은재와 올해 태어난 손녀 윤하에게 편지를 써주고 싶습니다"라며 "일기에 태어나 살아온 일도 적는데 3만일이 넘었어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에도 행복하게,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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