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선(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 센터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래서 달력엔 가족과 함께하는 날들이 기념일로 가득 채워져 있다. 5일은 자녀와 함께 하는 어린이날, 8일은 부모님과 함께하는 어버이날, 11일은 입양의 날, 15일은 스승의 날과 세계 가정의 날, 20일은 세계인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과 동시에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한 성년의 날이기도 하다. 이처럼 1년 중 가족 사랑으로 빛나는 달 5월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라는 의미가 담긴 달인 것 같다. 그로 인해 많은 아버지들의 지갑이 가벼워지는 달이기도 하지만 마음 속 사랑은 가득 채워지는 달이다.

5월 가정의 달을 생각하면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을 흔히 떠올리지만 오늘은 특별히 가족의 뒤에서 묵묵히 함께한 아버지의 사랑을 생각해보며 나누고자 한다.

아버지의 일생을 나열해보자면 가족에 대한 묵묵한 희생과 헌신, 사랑이 전부인 것 같다. 청년 때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멋지게 살다가 결혼과 동시에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남자의 인생은 접힌 채 자녀를 향한 오로지 아버지로서의 인생을 살아간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자신이 꿈 꿔왔던 꿈과 자리는 사라져가고 모든 것이 가족을 위한 자녀 중심의 생활로 변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아버지들에게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물으면 대답은 모두 한결같았다.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더 잘 해주지 못하고, 다 해주지 못하고, 부족하게 해서 미안하다"라고 한다. 가정과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였음에도 '미안함 뿐'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자녀에게 모든 걸 줘도 부족하고 항상 미안하기만 하다. 아버지의 마음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어느 회사에서 젊은 아버지들에게 아버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조사를 하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아이의 자는 모습, 아이의 사진, 아이에게 사랑 표현 등의 질문을 한 뒤 대상을 아이에서 아버지로 바꿔 질문을 했는데 젊은 아버지들은 모두 울고 말았다.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에 조사 대상자들은 아버지께 고개를 숙였다. 받은 사랑과 주는 사랑이 달랐지만 아버지라는 이름은 주는 사랑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못주고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 하였다.

현존하는 아버지의 세대 구분이 있다. 전쟁의 위협 속에서 나라를 구하고 그로 인한 질병과 가난의 위협 속에서 가정을 지켜야 했던 1세대 아버지, 전쟁을 마치고 보다 빠른 시기에 내 가족을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했던 2세대 아버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부흥이 되자 무엇이 질적인 삶이고 어떤 것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인지 고민하던 3세대 아버지, 경제가 안정 되고 자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민주적인 가정을 운영하려는 3세대를 보고 자란 세대로 젊은 스마트 세대 4세대 아버지로 구분이 된다. 시대·사고·환경·영향은 다르지만 1~4세대 아버지들은 가족을 위한 삶이 전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 상영한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이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가족들을 책임지며 형제, 자매, 그리고 자녀들을 다 장성시키고는 조용히 아버지 영정 사진을 보며 "아버지, 저 잘 했지요? 이만하면 저 잘 살았지요"라는 장면이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었다.

'가정의 달에 있어 가족에게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진귀한 선물도 있지만 가족과 시간을 함께하며 안아주고, 소통하며 축복하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싶다. 부모님이 계시는 분들은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며 "나의 아버지, 어머니이시기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마음을 표현하고 자녀가 있는 아버지는 자녀와 시간을 함께하고 "나의 아들, 딸이기에 고마워. 사랑해"라고 표현하며 마음을 나누는 행복한 5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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