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라는 말을 아시는가.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에서 시작돼 집, 경력이 포함된 '오포세대'와 희망, 인간관계까지 포함된 '칠포세대'를 뛰어넘어 건강 등 모든 걸 포기한다는 뜻의 N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다. 88만원 세대,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등의 단어와도 연관성이 깊다.

이러한 의미의 신조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청년문제를 맞이한 일본에서는 높은 집값과 장기간의 구직난으로 청년들이 내집 마련을 포기했고 이를 '사토리 세대'로 부른다. 유럽에서도 청년실업이 점차 증가하면서 1000유로(환율에 따라 120~140만원 사이)로 한 달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1000유로 세대', '이케아 세대' 등의 단어가 나타났다. 청년 문제는 선진국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국에서는 다양한 청년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청년 또한 국민이고, 청년지원은 사회가 해야 할 자연스러운 역할의 한 부분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들의 어려움을 오로지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해왔고 도전정신과 패기가 부족해서, 노력을 하지 않아서 등의 말이 뒤따랐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이 하는 일에는 '젊으니까', '청춘이니까' 라는 말로 열정페이를 요구한다. N포세대 단어의 등장은 필연적이기까지 하다.

해남군에서는 청년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에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다양한 정책을 고심하고 있다. 출산포럼을 열어 저출산 해결과 양육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청년 정책 개발과 청년창업을 장려하는 기반을 조금씩 갈고 닦고 있다.

단순 지원 정책에 그치지 않도록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올바른 방향 설정이 중요하며, 여기에는 지역의 청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역민의 관심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13일 열린 해남군 청년정책협의체 위촉식에는 영광군 청년 싱크탱크에 참여했던 임세훈 씨가 다양한 청년 활동과 운영 사례를 강연했다. 당시 지역사회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청년 정책 추진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경로당에 가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니 많이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가 출입 금지를 당하고 다시는 청년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서야 출입을 허락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함께 살아가고 공존해야 할 청년들을, 지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면 그 어떤 청년이 돌아오고 싶겠는가.

청년세대의 문제는 개인의 역량만이 아니라 세대문제와 구조적 문제까지 포함된 복잡한 난제가 됐다. 최순실의 딸 최유라가 SNS에 남긴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에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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