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주일(북일중앙교회 목사)

 
 

세월호 사고, 동거차도, 맹골수로, 팽목항, 목포신항, 노란리본, 추모…. 잊지 않겠습니다.

4년이 지났습니다. 304명의 귀한 생명이 하늘의 별이 되었던 사고가 난 날이. 아직 유해조차 찾지 못한 이들도 5명이나 됩니다.

세월호 4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추모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잊어서는 안 될 세월호, 그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4년 전 텔레비전을 통해 세월호가 맹골수로 물속으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침몰을 본 듯 했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속보로 전해지는 뉴스를 보면서 절망했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하게 보낸 시간이 얼마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봄이면 지천에 피어난 노란색 꽃들이 예쁘기도 하지만 이제는 슬프기도 합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코가 먹먹합니다. 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남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국민들은 국가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방기한 대통령과 청와대·정부·여당이 보여준 그간의 모습은 '국민은 개·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진실을 밝히라는 희생자 가족과 피해자, 그리고 국민의 요구에 치밀한 조작과 방해 등 온갖 추악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국민들의 귀와 눈을 가리고 바보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 나라는 그렇게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돈과 연결하여 반대하고 악의적인 소문들을 퍼뜨리며 진실을 감추려고 날뛰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반성하지 않습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해자들과 국민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을 친북좌파라고 합니다. 소중한 생명이 304명이나 죽었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는데…. 그것을 이념과 사상으로 매도하고 색깔론을 펼쳐는 세력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며, 무엇을 생각하고 무슨 꿍꿍이속을 가진 사람들이란 말입니까? 인간의 죽고 사는 문제에 우와 좌가 어디 있으며, 보수와 진보가 다르다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자기 가족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로 죽었는데도 그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불행한 사건 사고를 앞에 놓고 정치놀음하고 돈타령을 하고 사상·이념을 들이대는 사람들과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정상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기억을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나누며 위로하고 격려하여 치유와 회복을 위하여 힘과 지혜를 모아가는 성숙한 사람들이 있어 이 나라가 어둡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각자의 방법과 방식으로 참여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힘이요 국가의 품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월호 사고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 미래가 희망이 있는 세상,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 그것은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밝힘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목포신항에서는 세월호를 직립으로 세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바로 세워지면 세월호 사고의 진실도 밝혀지겠지요?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이 지켜져서 유가족과 피해자, 국민들의 슬픔과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기를 소원합니다. 건강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4년 전 휴대폰에 달았던 노란리본이 바래가고 있습니다. 리본을 떼어낼 날이 언제일지….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며 그 날이 하루라도 빨라지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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