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신의 뜻'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교황을 정점으로 한 교권에 의해서 움직였던 중세사회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으로 신만 의지하고 간절히 부르짖었는데 아무런 도움과 응답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4세기 서너해의 짧은 시간에 유럽을 휩쓴 흑사병에 유럽인구의 1/3이 사망했다.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두려움과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신의 실존과 섭리에 대한 의심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기득권세력들은 사람들을 선동해 광기를 부추겨 '마녀사냥'과 같은 방식으로 민중을 통제하고 권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간은 자유의지로서 빛나는 르네상스시대를 열였다.

고난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외침에 침묵하는 신의 뜻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을 갖게 했던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 4주기를 맞았다. 아직까지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먹먹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권선징악"의 정의에 의한 것이기 보다는 악이 득세하고 왜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이 고쳐지지 않고 더욱 심화되는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비바람 속에 찾은 진도 팽목항 방파제의 노란리본 조형물에 흘러내리는 빗방울은 세월호 유족들의 가슴에 흐르는 눈물처럼 보였다. 참사발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하고 사실을 왜곡한 사람들이 있고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 그만 잊자거나 유족들의 외침을 향해 돈을 바란다라고 매도하는 독설과 강퍅함이 계속되어져 왔다.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사건해결을 위한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세월호 사건 뿐 만 아니라 수많은 가슴 아픈 사건으로 고통 받는 이웃의 상실감, 고독감, 절망감과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이 지쳐 쓰러지거나 실망하지 않도록 그들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 연대가 필요하다.

둘째, 인간은 풍요로움 속에서는 자기중심적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다, 타인의 고통과 아픔에 같이 아파할 수 있는 공감은 '고통과 결핍'속에서 성장한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작은 실천이 무엇인지 찾아서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사회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나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 생태계의 파괴 등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수평적 관점에서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관계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 공의(公義)가 물같이 흐르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듯 종교나 정치권이 높은 가치나 도덕을 갖추면 사회로 흘러 스며들 수 있을 텐데, 반대의 상황이 되면서 사회가 종교나 정치권보다 높은 수준에 서게 되면서 개혁하고 역으로 흘러들어 정화시켜야 할 상황이 되었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그것을 회복시키고 찾아주는 것이다. 가슴 아프고 힘들지만, 겪었기 때문에 우리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면 고난도 은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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