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일정한 정도나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라는 의미로 쓰이는, 오래된 중국고전이나 문헌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사자성어이다.

한글 '미치다'로 표현되는 「狂」과 「及」 한자어를 대비시켜 "미치지 않으면(不狂) 미치지 못한다(도달하지 못한다 不及)"라고 표현한 토톨로지(동어 반복, Tautology)이다. 무슨 일이든 미칠 정도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한국형 사자성어인 셈이다.

12년 전 줄기세포 논문조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황우석 교수는 기자회견 에서 "불광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미치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다는 말이다. 저희는 미쳤었다. 일에 미쳤었다. 제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한국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없을까, 이것만 보였다"라고 말한바 있다.

과학은 논리적이고 경험적으로 검증 가능해야 한다. 또한 여러 주관 사이에서 공통으로 성립하는 성질인 간주관성이 있어 연구과정이 같으면 동일결론에 이르고 재생이 가능해야 한다. 그럼에도 줄기세포는 논문으로 발표된 연구성과가 재생 불가능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연구조작으로 결론이 났다. 여기에는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결과를 중요시하고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지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는 한국적 문화가 배경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狂자는 개사슴록변의( +王= 狂)자로 미치광이나 미친개를 상징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정상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없기에 결과적으로 목표를 이루려면 갖은 불법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취하고자 한다.

지난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였다는 합리화 속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범죄행위에 대해서 100여분 동안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면서 선고문을 낭독하는 판사의 모습에 오히려 지켜보는 사람이 더 속 타는 심정이었다. 앞으로 전개될 이권에 미쳤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어떠할까?

미치광이같은 기세를 가져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손 치더라도 엄밀히 살펴보면 그것은 올바른 표현이지 않다. 세상일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다 이루어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올바른 방향성과 정상적인 과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오히려 그 폐해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미치더라도 제대로 미쳐야 하는 것'이기에 불광불급에 대조되는 사자성어는'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논어 '선진' 편에서 공자가 두 제자 자장(子張)과 자하(子夏)를 평하면서 "한쪽은 지나치고 한쪽은 미치지 못한다"며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목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기 적성과 능력에 맞아야 하고 그 방향과 과정이 올바라야 된다. 자신의 능력과 도전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발생하는 긍정적 심리의 경험이 몰입(沒入)이다. 몰입은 행복감의 근원이며 생산성을 높여준다.

지역과 군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나선 자천타천의 후보들이 넘쳐난다. 지역분권과 활성화를 위한 과업에 몰입할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일까 잘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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